동남아 부부 배낭여행기 18
워낙 유명한 관광지라, 하롱베이에 대한 여행기는 차고 넘친다. 잘 찍은 멋진 사진도 인터넷에 넘쳐난다. 그러니 굳이 하롱베이 여행 감상과 사진을 올릴 필요가 있을까 싶다. 아름다운 곳이지만, 개인의 취향이 틀리니, 어쩌면 누군가는 과대 포장된 곳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도 클 수 있다.
일본 여성들 사이에 파리 증후군이라는 질병이 있다던데, 파리에 대한 동경과 환상이 컸던 나머지, 정작 직접 파리를 방문하고는 매우 실망해서 허탈해지는 현상이라고 한다. 이해가 가는 것이, 브뤼셀의 오줌 누는 꼬마와, 코펜하겐의 인어공주 상을 직접 찾아가 봤을 때, 너무 허무하여 헛웃음이 나왔던 기억이 있다. 깨끗한 일본 거리에 비해 파리는 지저분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파리에 실망해서 우울해진다는 일본 여인들 상황이 일견 이해가 된다. 대체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관광지 볼거리는 과대 포장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반면에 자연 풍광으로 유명한 곳은 직접 방문해보면 오히려 사진에서 볼 수 없는 감흥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반드시 그렇다고 일반화를 시키는 것은 위험하지만, 개인적 경험으로는 대자연의 풍광은 직접 가서 봐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롱베이 역시 직접 방문해야 느낄 수 있는 대자연의 경이로운 풍광이다. 하지만 유명세에 비해서는 조금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해야 하겠다. 그랜드 캐니언이나 나이아가라 폭포 앞에 섰을 때 느꼈던 경이로움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꼭 한번 방문해야 할 관광지임에는 이의가 없다.
하롱베이를 바다의 계림이라고 하는데, 크고 작은 많은 섬들이 절경을 이룬다. 하롱은 한자로 下龍인데, 문자 그대로 용이 내려왔다는 전설로 인해 지어진 지명이다. 하롱베이를 구경하기 위한 여러 투어가 있는데, 우리는 하노이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투어를 선택해서 다녀왔다. 하롱베이 투어는 선상에서 하룻밤을 자며 구경하는 투어도 있고, 선상과 섬에서 숙박을 하는 2박 3일 코스 등 여러 종류가 있다.
투어에 포함된 식사는 간단하지만 선상에서 식사를 하기에 나름 운치가 있다.
카약을 타고 수상 터널을 통과해 섬을 둘러보는 일정도 포함되어 있다.
하롱베이에는 수상마을이 있어서, 투어는 수상마을도 방문한다. 자연 풍광과 더불어 볼거리가 쏠쏠하게 있다. 여행객들에게는 아름다운 풍광이지만 수상마을 주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일 뿐이다.
하롱베이는 석회암 지형이라 동굴이 여러 곳 있다. 투어에는 동굴도 포함이 되어 있다.
우리는 당일치기 투어를 했기에 하롱베이를 제대로 둘러봤다고 하기 어렵다. 어떤 곳이건 사실 제대로 본다는 것은 주관적인 의미이기에 성립될 수 없는 말이지만, 그래도 하루 정도 숙박을 하면서 봤으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느꼈을 텐데, 아쉬운 방문이었다.
하노이에서 하롱베이까지 160km 정도로, 그다지 먼 거리가 아니지만,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시간이 3시간가량 걸린다. 그러니 당일치기 투어를 하게 되면 하롱베이를 둘러보는 시간은 4시간가량이고, 하노이에서 오고 가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1박 2일이나 2박 3일 투어 상품도 하롱베이 핵심적인 섬들을 둘러보는 것에서는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기에, 당일치기 투어라고 부실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배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하롱베이를 여유롭게 둘러보는 것에 대한 미련은 남는다.
하롱베이 인근에 땀꼭 등의 관광지도 개발이 되어 있어서,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다음번 하노이 방문 때는 인근 지역을 여유롭게 둘러보고, 호치민이 생활했던 공간들을 제대로 찾아서 방문해 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