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은 과연 거듭날 수 있을까
편파적인 방송을 하는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대해 논란이 있다. 편파적이다. 그것도 매우 편파적이다. 김어준 스스로 편파적이라고 대놓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편파적인 프로그램이 공중파 방송에 편성이 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시청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그동안 모든 매체가 더욱더 편파적이고 더욱더 권력 굴종적이고, 더욱더 국민을 기만했었다. 그렇기에 대중은 그런 기존 언론에 정면으로 대비되는 김어준에게 열광한다. 그런 인기를 바탕으로 공중파 방송에 진출했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는 강유미 리포터가 집요하게 취재 대상을 밀착 마크하고 어떤 형태건 답변을 기어코 받아낸다. 그러나 과거 MB와 박근혜 정부 시절 어떤 언론이 이렇게 집요한 노력을 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나? 박근혜의 기자회견에서 질문 하나 제대로 하지 않고 얌전히 받아 적기 하는 기자들을 봤고, 오바마가 굳이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받겠다고 기회를 줘도 꿀 먹은 벙어리로 질문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 기자들이다. 그런 언론이었다. 세월호 때는 또 어땠는가. 그래서 기레기라는 명칭이 당연해진 것이 아니던가. 한마디로 기존 언론이 제 역할을 못했기에 편파를 내세운 김어준이 인기를 얻었다.
편파적이라는 비난을 받을지라도 지난 10년간 기존 언론의 태도와 비교해보면, 김어준은 최소한 기존 언론보다 더 언론인다웠다. 늘 의심하고 집요하게 물어늘어졌으니까. 기존 언론들처럼 길들여져 찍소리 못하고 박근혜의 그 말도 안 되는 기자회견에서 제대로 질문 하나 던지지 못하는 그런 기자들하고 결이 다른 모습을 보여줬기에 지금의 지위를 얻었다. 김어준은 언론이 되고자 한 적이 없었지만, 기존 언론이 김어준을 언론이 되게 만들었다.
그러니 기존 언론들은 할 말이 없다. 지금도 자신들이 과거 저질렀던 직무유기에 대해 아무런 반성이 없다. 그들은 장담컨데, 향후 제2의 박근혜나 이명박이 권력을 잡으면 순식간에 순종적 푸들로 돌아갈 존재들이다. 직업인, 생활인이고 생계를 외면하지 못하는 기자들이고 언론이다. 그러니 편파적이지만 그래도 항상 야생성을 잃지 않은 김어준 같은 방송인이 언론인 자격을 얻은 것처럼 보인다. 왜 국민들이 김어준에게 지지와 성원을 보내고 인기를 얻는지, 기존 언론들은 통렬하게 반성하고 깨달아야 한다. 그럴 가능성이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고 한국 사회의 불행이지만.
김어준의 장점은, 기존 언론이 절대 벗어나지 못하는 그 온갖 관계들, 권력과 자본과의 관계, 또한 그런 관계 속에서 맺어진 특정 인간들과의 관계를 뛰어넘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짚어내려고 하는 거의 유일한 존재라는 것이다. 물론 그는 편파적이다. 그러나 최소한 그는 편파적임을 내세우고 있기에 솔직하다. 그렇기에 객관적인 척 포장하지만 실제로는 지극히 편파적인 조선일보류의 기존 언론들보다 훨씬 덜 위험하다.
이 땅의 어느 언론도 자본과 권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어준이 과연 정말로 자유로운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까지의 행보로 봐서는 그는 편파적일지언정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신념과 소신을 결코 꺽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삼성과 같은 자본에 예속되지 않았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런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김어준은 그 점에서 믿을만하다고 생각되고 그렇기에 언론으로서 지위를 얻어가고 있다.
물론 김어준이 제대로 된 언론이라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자신의 신념과 주관에 따라 편파적인 방송을 하다 보니 객관적으로 틀린 사실을 집요하게 주장하기도 하고, 입증하기 어려운 음모론을 퍼뜨리기도 한다. 딱딱한 진실보다 흥미로운 이런 음모론에 대중은 열광할지 모르지만, 언론의 정도는 아니다. 그렇기에 정상적인 언론이 제대로 기능하고 작동하는 사회라면 김어준은 팟캐스트의 범주에서 머무를 B급 미디어를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의 대다수 언론이 제 기능을 상실하고 권력과 자본의 종이 되었기에 김어준은 주류 언론의 자리까지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김어준의 부상은 한국 사회의 비극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현실임에도 한국 언론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절대다수의 미디어는 경영을 위해 자본에 의지해야 하고, 그렇기에 자본과 얽혀있는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김어준처럼 자본에 종속되지 않고 배고픈 야생성을 유지하는 언론은 극히 드물다. 조직이 굳어진 기존 언론은 자본과 권력의 틀에서 벗어날 희망이 없다.
언론의 바람직한 미래를 위해 심각한 고민과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한국 언론의 미래는 매우 극단적일 수밖에 없다.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정치권력이 계속 유지된다면 그럭저럭 언론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자리를 잡아갈 수 있겠지만, 대중의 심리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에 제2의 MB 박근혜가 또다시 권력을 장악하게 되면 언론은 또다시 재벌과 권력의 충실한 나팔수 역할을 스스로 자임할 것이다.
김어준의 부상을 보며 이래저래 착잡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