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꺾어보기 12화

당기시오

밀지 좀 마시오

by 김챗지

밀었다
또 밀었다
화도 냈다
왜 안 열리냐며

심지어 발로 찼다
비밀번호도 눌러봤다
플래시까지 켜서
문틈을 들여다봤다

체념하며 돌아설 때쯤
구석에 바래 있던
쪼끄만 한마디

"당기시오"

어이없게 열렸다

문 뒤엔 또 다른 쪽지

"밀지 좀 마시오"

그제야 웃음이 났다

나는
문만이 아니라

사람도,
시간도,
마음도

마구 밀어왔던 거구나

문은,
삶은,
사람들은

당겨야 열린다는 걸

세상은 말한다


밀지 말고 —

아주 살짝,

손바닥만큼,

심장만큼

당기시오




"자주 밀어붙이며 살아갑니다.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서둘러 문을 열기 위해.


삶의 문도,
사람의 마음도,
기회의 타이밍도
어떻게든 밀면 열릴 것 같아서
애써 힘을 줍니다.


하지만 때로는,
아무리 밀어도 열리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억지로 밀수록 더 굳게 닫히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럴 땐 한 발 물러서서
구석에 붙은 조용한 안내문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당기시오'

이 단순한 말은,
삶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작고도 깊은 조언입니다.


누군가의 마음도,
잃어버린 나의 감정도,
흐름을 놓친 시간도
세게 밀지 말고,
조심스레 당겨야만
비로소 열리는 것들입니다."


삶이 조금 막힌 것 같다면,
한 발짝 물러서서
천천히, 조용히
마음을 당겨보세요.
그 문은 어쩌면,
이미 열릴 준비가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keyword
이전 11화이게 다 널 위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