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와 존재 이유 사이
출근한다
퇴근한다
월급이 들어오고
야근이 몰려온다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명함은 뚜렷한데
마음은 희미하다
사명처럼 외웠던 말들은
하루하루
견디는 기술로 바뀌었다
할 수 있는 일 위에 앉아
하고 싶은 일을
손바닥 뒤로 밀어둔다
직은 있다
업은 비어 있다
그래도 일한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일이 있다는 게 어디야."
그렇다면 —
나는 어디라도 괜찮은가
나여도 괜찮은가
오늘도 묻는다
밥을 벌고 있는가
나를 잃고 있는가
살아낸다는 것
버텨낸다는 것,
그리고 —
언젠가는
내 이름으로
내일을 걸어가는 것
"인생은 긴 시간을 걸어가는 일입니다.
어릴 적에는 어딘가에서,
거창한 꿈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사명, 의미, 사랑 같은 단어들이 눈부시게 반짝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오니,
흐르는 시간에 휩쓸려
버티는 법만 배우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업'이라는 이름을 품고 싶었습니다.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내가 믿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나는 '직'이라는 울타리 안에 머물며
그저 빠지지 않기 위해 몸을 움츠리고 있었습니다.
밥벌이는 소중합니다.
그러나 밥벌이만으로는
가슴까지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어느 날 조용히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이제 묻습니다.
지금 우리는,
단지 버텨내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조금씩이라도 나를 지켜내는 사람일까요."
언젠가 다시,
'업'이라는 이름을 품고
나를 잃지 않는 길 위를 걸어가고 싶습니다.
그것이 진짜로
내 이름으로 살아내는 일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