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꺾어보기 14화

왼손잡이. 였던

기억 저편에 감춰진 '나'의 방향

by 김챗지
42. 왼손잡이. 였던 것.png


나는
왼손잡이였던 것 같다


어린 시절
숟가락을 들던 손 하나가
누군가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연필을 쥔 방향 하나가
교실의 질서를 어지럽혔다


그래서
나는 고쳐졌다


오른손으로 밥을 먹었고
글을 썼고
세상을 만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원래부터 오른손잡이였던 사람’처럼
아무렇지 않게 굴었다


그게 예의였고
질서였고
‘착한 아이’의 방식이었다


그러나 가끔—

젓가락을 거꾸로 집는 꿈을 꾸거나
무의식 중 왼손에 볼펜이 쥐어졌을 때


어딘가에서
왼손을 기억하는
작은 내가
조용히 깨어나는 것을 느낀다


다시 아무 말 없이 사라지지만
잠시나마
나는 나를 그리워한다


왼손잡이였던 나
틀렸던 게 아니라
그저,
나만의 방향으로 시작했을 뿐이었던 나를




"세상은 종종 정답의 방향을 정해줍니다.
숟가락을 들 손, 연필을 쥘 손,
심지어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방식까지도
마치 한 가지 방법만이 옳은 듯 말입니다.


왼손은 자주 틀린 손으로 여겨졌고,
왼쪽에서 오는 감정은
오른쪽 이성으로 덮이곤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고쳐졌습니다'.
고쳐졌다는 말 속엔 언제나
‘틀렸었다’는 조용한 전제가 숨어 있습니다.


하지만 왼손으로 쥔 꿈이 아직도 손에 남아 있다면,
왼쪽으로 기울던 감정이
아직도 마음 어딘가에서 살아 있다면,
우리는 정말 고쳐진 걸까요,
아니면 그저 잊은 채 살아온 것일까요?


왼손잡이였던 나를 그리워한다는 건,
그때의 내가 틀리지 않았음을
이제는 안다는 뜻입니다."


세상이 정한 방향이 아닌,
‘나로부터 시작된 방향’을 따라
한 번쯤 다시 걸어가 보는 일.
그것이 자기 회복의 시작입니다.
keyword
이전 13화직, 그리고 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