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꺾어보기 15화

도를 아십니까?

묻는 척하면서 가르치려 드는 사람들

by 김챗지
43. 도를 아십니까.png


"도를 아십니까?"

질문이 아니라

복선이다


길목마다
그들은 서 있다
친절을 걸친 설득 하나를
주머니에 품은 채


눈빛은 열려있지만
말의 끝은
늘 정해져 있다


고개를 끄덕이면
이미 끌려들어간다
말의 경계는 지워지고
당신의 이야기는
그들의 교리에 녹는다


선을 그을 틈도 없이
발끝은 그 안에
조용히 끌려 들어간다


그들은 묻는 자의 얼굴을 하고
말하는 자의 권력을 휘두른다


"사는 게 힘드시죠?"
"요즘 마음이 복잡하시죠?"


당신이 아프다고 하면
그들은 길을 가르친다
당신이 괜찮다고 하면
그들은 더 아프다고 말한다


질문은 던져졌지만
답은 이미 포장되어 있고
의심은 받아들일 틈 없이
확신으로 정리된다


"도를 아십니까?"
그 말은 결국
"지금부터는 내 말을 믿으십시오"라는
낯선 명령이다




“'도를 아십니까'
이 질문은 언뜻, 당신의 삶을 궁금해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실은,

당신의 삶에 자기 답을 끼워 넣으려는 포섭의 언어입니다.


이런 질문은 말합니다.
"당신이 어떻게 사는지 알고 싶습니다"가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길로 당신을 데려가고 싶습니다"라고.


우리는 종종 이런 식의 대화를 만납니다.
관심인 척 다가오지만,

그 속엔 이미 정해진 논리와 해답이 있습니다.
그들은 묻는 것이 아니라, 끌어들이고 싶은 것입니다.


진짜 묻는 이는 기다립니다.
상대의 말이 끝나기를, 고개를 돌리지 않기를,
모른다고 해도 받아들이기를.


그러나 “도를 아십니까?”는
당신의 여지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예’라는 말만을 유일한 입장권처럼 요구합니다.


우리는 그런 질문 앞에서,
웃으며 고개를 흔들 수 있어야 합니다.
대답하지 않는 것도 대화의 한 방식이며,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 것도 나를 지키는 표현입니다.


세상엔 많은 ‘길’이 있고,
그 중 어떤 길은
당신이 아닌 누군가를 위한 길일 수 있습니다."


도를 모른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도리만 잊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미 충분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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