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였지만, 사라지진 않았다
처음부터 우리에게
‘영원’ 같은 건 주어지지 않았다
너는 “괜찮아?”를 묻는 사람이었고
나는 “응, 괜찮아”를 연기하는 사람이었다
함께 웃기도 했지만
그 장면은 늘, 엔딩 없이 툭 끊겼다
우린 어쩌면
한 편 드라마의 지나가는 에피소드,
단역, 혹은 카메오였는지도 모른다
기억엔 남았지만
대사는 남지 않은 관계
함께였지만
서로의 이름을 끝까지 부르지 못했던 사이
어떤 인연은
등장보다 퇴장이 더 또렷해서
돌아보면 늘, 뒷모습뿐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도
나처럼
누군가의 인생에서
잠시 머물다 간 사람은 아니었을까
"살아가며 수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하지만 그중 많은 인연은
기억보다 ‘경험’으로 남습니다.
그 사람이 연인이었는지, 동료였는지,
혹은 친구였는지—
‘이름’보다 더 오래 남는 건
내 삶에서 그가 맡았던 ‘역할’입니다.
어떤 사람은
내 울음을 대신 삼켜주던 어깨로,
또 어떤 이는
나의 웃음을 가장 크게 이끌던 존재로 남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그들의 이름보다는
그들과 함께했던 공기의 결,
그들이 남기고 간 마음의 감촉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래서 깨닫게 됩니다.
인연은 직함이 아니라,
삶 속에서 마주친
‘역할’로 기억되는 것이라는 사실을요.
관계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우리 안에 남긴 장면은,
오래도록 반복됩니다.
그 말투,
그 표정,
그가 앉았던 자리는
일상의 순간순간에 조용히 되살아납니다.
서로의 인생에서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을지라도,
한 장면을 따뜻하게 채워준 단역이었기를."
삶은 그런 장면들의 엮임으로 완성됩니다.
잠시 스쳐간 인연이라 하더라도
그 만남이 따뜻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