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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엮어내기 29화

관계는 ‘이름’이 아닌 ‘역할’로 남는다

잠시였지만, 사라지진 않았다

by 김챗지


처음부터 우리에게

‘영원’ 같은 건 주어지지 않았다


너는 “괜찮아?”를 묻는 사람이었고

나는 “응, 괜찮아”를 연기하는 사람이었다


함께 웃기도 했지만

그 장면은 늘, 엔딩 없이 툭 끊겼다


우린 어쩌면

한 편 드라마의 지나가는 에피소드,

단역, 혹은 카메오였는지도 모른다


기억엔 남았지만

대사는 남지 않은 관계


함께였지만

서로의 이름을 끝까지 부르지 못했던 사이


어떤 인연은

등장보다 퇴장이 더 또렷해서

돌아보면 늘, 뒷모습뿐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도

나처럼

누군가의 인생에서

잠시 머물다 간 사람은 아니었을까




"살아가며 수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하지만 그중 많은 인연은

기억보다 ‘경험’으로 남습니다.


그 사람이 연인이었는지, 동료였는지,

혹은 친구였는지—

‘이름’보다 더 오래 남는 건

내 삶에서 그가 맡았던 ‘역할’입니다.


어떤 사람은

내 울음을 대신 삼켜주던 어깨로,

또 어떤 이는

나의 웃음을 가장 크게 이끌던 존재로 남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그들의 이름보다는

그들과 함께했던 공기의 결,

그들이 남기고 간 마음의 감촉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래서 깨닫게 됩니다.

인연은 직함이 아니라,

삶 속에서 마주친

‘역할’로 기억되는 것이라는 사실을요.


관계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우리 안에 남긴 장면은,

오래도록 반복됩니다.


그 말투,

그 표정,

그가 앉았던 자리는

일상의 순간순간에 조용히 되살아납니다.


서로의 인생에서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을지라도,

한 장면을 따뜻하게 채워준 단역이었기를."


삶은 그런 장면들의 엮임으로 완성됩니다.
잠시 스쳐간 인연이라 하더라도
그 만남이 따뜻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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