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
미안하단 말을 너무 자주 하면
고마움은 투명해지고
고맙단 말을 미뤄두면
사랑이 서운해지고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다 보면
모든 감정이
슬며시 의심으로 물든다
나는 사랑을 말하려다
고맙다고 했고
고맙다고 하려다
미안하다고 했고
미안하다고 하려다
그냥 웃었다
말이 짧아질수록
마음은 길어진다는데
어쩌면 우리는
그 길어진 마음을 담을
그릇을 잃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한다는 말을
미안함으로 감추지 말자
미안하단 말을
고마움으로 눙치지 말자
고맙단 마음을
그냥 잊은 척 넘기지 말자
감정은
서로의 자리를 지킬 때
제 목소리를 가진다
말하지 않으면
마음은 기운다
기울기 시작하면
우리는 그게
언제, 어디서부터 어긋났는지
짚지 못한 채
조용히 멀어지게 된다
그러니 이 말을
오늘은
그 순서 그대로 놓아보자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그래서
사랑해
"우리의 마음은
생각보다 정교한 균형 위에 놓여 있습니다.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이 짧은 세 단어가 놓이는 순위 하나에도
관계의 온도는 달라집니다.
하지만 이 셋은 자주 섞입니다.
고맙단 말 대신 미안하다고 하고,
사랑한다고 말해야 할 순간에
괜히 고맙다고 얼버무리기도 합니다.
왜일까요?
아마도 우리는
그 감정 하나하나가 지닌 무게를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너무 크고,
고마움은 너무 따뜻하며,
미안함은 너무 아프기 때문에—
그 감정을 직접 말하는 일이
어쩐지 조심스럽고 두려워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덜 무거운 단어로 바꿔 말하고,
덜 아픈 단어로 감추며
덜 뜨거운 언어로
마음을 비껴가곤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순서가 어긋나기 시작하면
마음도 함께 기울기 시작합니다.
감정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지만
단어 하나가 그 뜻을 어긋나게 만들고
결국,
다른 감정까지 덮어버리고 맙니다.
오늘 하루,
그 말을 그 자리에 놓아보려 합니다.
먼저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그 위에 미안한 마음을 얹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마음의 균형은
크게 무너지기 전에
작은 말 한마디에서 회복될 수 있습니다."
오늘 그 말을
가장 먼저 꺼내는 사람이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