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엮어내기 30화

엮어내기

엉켜 있던 조각들을, 하나의 삶으로 꿰어내다

by 김챗지


우리는 늘

무언갈 엮으며 살아간다


헝클어진 하루,

흐릿했던 말끝,

놓친 기회와 어설픈 용서까지—


그 모든 잔가지들을

하나의 줄기처럼 모아

무엇이든 되기를 바란다

삶이든, 의미든, 아니면

그저 ‘살아냈다’는 이름 하나라도


처음부터

완성된 이야기는 없었다

우린 모두

반쯤 접힌 페이지로

서로의 삶에 끼어들었고


그래서 어떤 인연은

접속사였고

어떤 기억은 ,

쉼표 하나였다


때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나아갔고

때로는

‘하지만’으로 멈췄지만


돌아보면,


그 모든 문장들이

내 안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었다


엉킨 실 끝에서

나로 피어났다




"이제, 엮어내기 이름 아래

마지막 페이지에 닿았습니다.


삶의 이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조각난 감정들을 꿰고,

흔들리는 질문들을 안고

하나의 이야기를 이어왔습니다.


‘왜 그랬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그럼에도 살아가는 우리’를 이해하기까지—

돌이켜보면

하나의 커다란 서사로

엮여 있었습니다.


이 처럼

삶은 언제나

‘엮어내는 일’이었습니다.


그날의 말실수 하나,

놓친 시선 하나,

뒤늦은 후회와 엇갈린 타이밍까지—

모든 불완전함들이

결국에는

서로를 이해하게 하는 문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엮임 속에서

하나의 진실을 배웠습니다.


삶은 계획대로가 아니라,

엮이는 대로 흘러간다는 것.

그 속에

가장 인간적인 온도가 숨겨져 있다는 것.


스쳐가기에서 다정히 멈추고,

꺾어보기로 익숙한 세상을 비틀어 바라보다가,

엮어내기에서 흩어진 마음을 천천히 꿰어왔습니다.


그 여정을 따라

삶의 잔상들을 끌어안고,

묻지 못한 질문들과

다 말하지 못한 사랑을

조용히 한 줄 한 줄 엮어보았습니다.


그래서 이 마지막 페이지는,

끝맺음이 아니라

쉼표일지도 모릅니다.


다음 이야기를 위한 숨 고르기,

다시 엮일 당신과 나의 문장을

살며시 펼쳐두는 시간.


우리가 함께했던 모든 순간은

이제 하나의 책갈피처럼

살포시 접어두고,


다음 장에서,

또 다른 제목으로—

우리, 다시 만나기를."


조각들을 하나씩 잇는 이 삶,
당신과 나의 문장이
어딘가에서 다시 엮이기를 바랍니다.
keyword
이전 29화관계는 ‘이름’이 아닌 ‘역할’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