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기 69일차
그날은 날씨가 정말 추웠어요.
뉴스에서도 연일 계속되는 한파에 관한 뉴스가 나왔었지요. 하필 그날 당근마켓에서 “스텝퍼”를 봤고, 판매자와 연락이 되어 물건을 구입하기로 했지요.
날씨가 추웠던 이유도 있었고, 이왕이면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에 판매자 집 근처에서 거래를 하기로 했어요. 그분은 차가 없다고 하셨거든요.
집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의 마트 주차장에서 처음에는 약속을 잡았는데, 약속장소로 가는 도중에 판매자분이 약속 장소를 바꿨어요.
날이 너무 추워서 들고나가기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어차피 차로 이동하고 있었으니 변경된 약속 장소로 가겠다고 하고 약속시간보다는 조금 빨리 도착을 했었어요.
물건을 들고 나온 판매자는 이제 막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학생 같았어요. 추운 겨울에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나왔더라고요. 그 추운 모습이 안쓰러워서 물건만 빨리 받고, 현금을 주고 바로 집으로 왔었어요.
30초도 되지 않는 거래시간.
물건이 안전한지 잘 작동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저도 약속 시간보다 빨리 도착했지만, 1분이든 2분이든, 추운 날씨에 길에서 그렇게 사람을 추위에 떨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집으로 돌아와서 판매 후기를 남겼어요.
그러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물건을 주고받아서 못다 한 감사 인사를 글로 전할까 하다가 말았어요.
거래한 장소가 저와 수업했던 아이들이 많이 진학한 학교 근처였고, 판매자의 나이도 졸업생들과 비슷한 또래로 보여서 마음이 쓰이는 것도 있었지만, 잘못하면 젊은 여성에게 집적거리는 이상한 사람이라고 인식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언제부터인가 호의를 베푸는 것에 조심스럽게 된 것 같아요.
상대를 위한 배려라고 행동했는데, 배려의 대상이 어떤 성별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서 다른 의도로 전달되는 경우도 있고요.
학교에 신입 선생님이 오셨어요.
같은 교무실에 있었고, 업무를 알려줘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소통을 많이 해야 했었지요.
처음 학교에 왔는데 매우 노력하고 잘하려는 모습이 보였어요. 교직이 처음이라서 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문득, 그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제 교직 초반의 모습이 생각났었지요. 저 또한, 제 어머니뻘 되는 선생님의 도움으로 교직 초반에 많은 배움을 얻었고, 이후 여러 좋은 선배 교사들 덕분에 학교생활을 많이 배울 수 있었거든요.
저 또한 그분에게 그런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업무 진행과 관련하여 많은 것을 알려드리려 노력했지요.
어느 날 선생님께서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야기는 이러했어요. 제가 너무 친절하게 잘 가르쳐주니 괜히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죄책감이 든다는 말이었어요. 정말 당황했지요. 이게 뭔 소린가 하고 말이에요.
그때부터 조금씩 거리를 뒀어요.
호의가 본의 아니게 전달되었다는 생각에 행동을 조심하게 되었어요. 그때부터는 새로 온 선생님들에게 이전처럼 친절하게 대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특히, 이성이고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선생님에게는 더욱 그러했고, 혹여 조금이라도 친해진다는 느낌이 있으면 무의식 중에 바로 거리를 두게 되더라고요.
오해받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거든요.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의도가 온전하게 전달되지 않는 경우요.
사회적 관계에서의 친절이 어떤 의도가 있는 행동으로 해석되고, 사람과 사람으로서 해야 하는 친절이 어떤 의도를 이루기 위한 허점으로 작용하는 경우 말이지요.
엘리베이터에서 자주 인사를 하고, 먼저 나가면서 뒤에 따라오는 사람을 위해서 유리문을 잡아주거나, 바로 앞에서 넘어진 아이를 뛰어가서 일으켜 주는 행위가 너무도 당연한데, 그런 행위를 곱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어요. 과도한 친절을 비롯해서 이해하기 힘든 자신만의 관점으로 해석하는 사람들 말이지요.
나이와 성별을 기준으로 가르고,
직업과 직위에 따라 가르고,
지역에 따라서 가르고.
결국 그렇게 너와 나의 다름을 계속 구분하다가 보면 결국에는 혼자 남게 될 거예요.
넓은 세상을 살아가면 좋겠어요.
성별과 종교, 지역, 연령과 같은 요소를 바탕으로 색안경을 가지고 세상을 나누지 말고, 나와 딱 맞는 사람들만 모아서 그룹을 형성하지 말고, 많은 것을 포용할 수 있고, 다양한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야 더 큰 관점을 가질 수 있고,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