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데이션

매일 쓰기 72일차

by Inclass

어린 시절 봤던 만화는 선과 악이 분명했어요.

악은 항상 해하려 하고, 선은 항상 악으로부터 지키려 하지요.


최근 보게 되는 드라마, 영화, 소설에서는 선과 악의 선이 불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각자가 살아가는 방식이 있고, 각자의 가치관에 근거해서 살펴본다면 조금은 이해되는 부분이 있지요.


그라데이션.

10cm의 노래 중에 그라데이션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어요.


아이와 음악을 듣는데, 아이가 그라데이션이 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사전적 의미를 본다면,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농도가 변하는 단계를 의미한다고 나오더라고요. 저는 아이게에 그 뜻을 다시 설명했지요. 검정에서 흰색으로, 또는 진한 파란색에서 연한 파란색으로 변해가는 것처럼 명확한 경계 없이 색이 변하는 과정을 그라데이션이라고 이야기한다고 말이지요. 그 이야기를 듣고 아이는 그 뜻이 노을과 비슷하냐고 말을 하더라고요.


순간 해가 산 너머로 내려가던 어느 오후에 하늘의 빛이 생각났어요. 붉은색과 주황색, 흰색과 파란색, 보라색을 비롯해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여러 색상이 하늘에 있었는데, 그것의 정의가 불명확하지만 색의 변화가 느껴지는 그 모습을 아이는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고 보면 세상에 명확한 선과 악은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게 악하게 느껴지던 그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성장했고, 어떤 과정을 겪었으며, 그로 인하여 어떻게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해를 하게 된다면 그가 행했던 무례한 행위가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더라고요.


세상은 마치 그라데이션 같아요.

저마다 다양한 색상으로 다양한 농도를 가지고 삶을 채워가고 있지요. 우리는 그런 다양한 색의 변화 속에서 어느 한 단면을 보고 있는 것이고요.


그라데이션은 다양한 색의 농도의 변화예요.

여기서 제가 주목한 단어는 “변화”에요.


지금 내게 표현된 그의 색상이 어떤 색을 취하든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마치, 해가 지평선 밑으로 사라지는 오후의 하늘처럼 말이지요.


때문에 그가 어떤 색상이라고 정의하는 행위는 나 스스로가 세상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는 색맹과 같은 삶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봤어요.


하늘의 노을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고 어느덧 밤이 오고, 아침이 오는데, 저는 제 눈에 처음 그려진 그 하늘의 색으로만 기억하는 것이지요.


세상은 그라데이션이에요.

나와 함께하는 그의 모습도 그렇지요.

검정이고, 흰색이고 고정된 정의가 없어요.

때로는 검정이지만, 조금씩 회색이 되고, 흰색이 되었다가 다시 검정이 되기도 하지요.


색맹의 삶을 선택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조금 더 다양한 색상을 보고, 색의 변화를 인식할 수 있는 눈을 갖기 위해서 노력해 봅니다. 그래서, 매일 반복되는 삶과 관계이지만 그 안에서 매일 색다른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풍성한 삶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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