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견고하게.

매일 쓰기 79일차

by Inclass

최근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과의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제 언어 속에 익숙함을 느꼈어요.

언제 이런 말을 했더라?

어디서 했던 말 같은데?

그리고 떠올랐어요.

매일 쓰기를 하면서 제가 적었던 글을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의도하지 않은 사람과

의도하지 않은 대화에서

마치 의도한 것 같은 문장을 나열하면서

조금은 시각이 넓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안갯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아니라, 길을 찾고 나누는 대화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길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함께 대화하는 사람이 어느 방향으로 발걸음을 내딛는지에 달려 있었지만, 그게 그렇게 두려운 상황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지요.


글쓰기를 하는 이유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이유도 있고,

제 삶에 한정된 시각을 조금은 밖으로 옮겨보려는 의도도 있어요.

시점의 변화이지요,

어쩌면,

조금이라도 넓은 세상을 살고 싶다는 욕심과 이기심이 원인이라 할 수도 있어요. 어떻게든 시점을 조금이라도 옮겨보면, 조금은 넓은 세상을 살아갈 권리가 주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말이지요.


시점의 옮김이 나이테를 만들고,

그것이 삶의 두께를 만들어가는 삶을 살고 싶어요.

그렇게 굵은 나무처럼 살아서,

홀로 견고하게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고 싶지요.

물론, 결코 홀로 살아갈 수는 없어요.

성장하기 위해서는 태양도 있어야 하고, 뿌리가 자리 잡을 토양도 필요하고, 양분도 필요하니까요.


다시 정의하자면,

누군가로 인해 제가 자리 잡을 공간도 얻고,

양분도 얻고, 토양도 얻고, 온도와 습도를 받으며

조금은 튼튼하게 자리 잡을 수 있는 나무가 되고 싶어요.


나무의 뿌리만큼 넓은 가지를 뻗어서,

쉼을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추상적이지만, 저는 가끔 기도해요.

내게 경제적 자유가 주어지되,

내가 교만하지 않을 정도면 좋겠고,

베풂에 있어서 염려하지 않을 정도의 부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이지요.


그렇게 홀로 견고하게 서 있는 나무가 되면 좋겠어요.

적어도 제가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에게,

쉼을 줄 수 있고,

기준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추상적이니까 어렵겠지요.

그렇지만 계속 말하고, 생각하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기를 계속한다면,

언젠가 형체가 없는 말은 문장으로 형태를 취하게 되고,

그것은 제 삶에 미약하게라도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생각을 글로 표현해 봅니다.

오늘도 제 생각은 글자의 형태를 얻게 되지요.

그렇게 제 나무도 조금은 굵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미흡하지만, 그 미흡함이 모여서 언젠가 나이테로 남아 있겠지요.


오늘의 글쓰기는

제가 홀로 견고하게 서 있기 위한 노력의 흔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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