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매일 쓰기 94일차

by Inclass

신호에 걸리면 항상 들어오던 그 길이

오늘은 다르게 보였어요.


어느 봄

아이와 꽃을 보며 길을 걸어가던 내가 보였고,

어느 여름,

더위에 손부채를 하면서 길을 건너던 내가 보였고,

어느 가을,

붉은 단풍과 높은 하늘을 보며 길을 건너가던 내가 보였고,

어느 겨울,

눈이 올까 하늘을 보면서 길을 건너던 내가 보였어요.


깨끗한 그 길에

내 눈에만 보이는 흔적들이 있었어요.

건널목을 건너 누군가를 만나던 어느 날,

건널목을 건너며 전화를 주고받던 그 인사,

안부를 나누고 걸어오던 내 모습.

그날의 소리와, 온도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보이는것 같았어요.


사람들은 그래서 고향을 찾는가 봐요.

누군가의 눈에 보이지 않는

자신의 흔적을 보기 위해서.

사진으로 남아있지 않고,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지만,

기억 속 과거의 흔적을 찾고 싶어서 말이지요.


그 흔적 속에서 부디

좋은 기억,

행복한 기억.

내게 쉼과 평안을 주는 기억의 흔적만 있으면 좋겠어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눈 가리고 야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