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기 134일
남자 수학선생은 사립학교, 특히 고등학교에서 선호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적어도 대학원을 졸업하던 시점까지는 그랬지요.
교원 자격증과 대학 성적증명서, 이력서 등등의 서류를 준비해서 기다렸지만 반기며 오라는 학교는 없었어요.
어찌 그리 많은 학교에서 경력 있는 사람을 찾는 건지. 저처럼 처음 교직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기회도 없이 어떻게 경력을 만들라고 하는 건지.
하필 그 시기에 "교과교실제 강사"라는 자리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 때문인지 몰라도 교육청의 기간제교사 채용 공고에는 교과교실제 강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만 가득했지요.
12월, 1월, 2월.
모집 공고가 나오는 상황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어쩌다 공고가 나오면 원서 접수를 했어요.
그 시기의 불안함. 원서는 준비되었지만 원서를 낼 학교가 없다는 사실에 얼마나 마음이 초조하고 답답하던지요.
1월이 끝나가던 어느 날.
그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은 교과교실제 강사를 모집한다는 공고에 원서를 제출했고, 면접에 오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두근거리며 면접을 봤고, 대학원에 진학한 계기, 교육에 대한 가치, 취미로 독서를 적었는데 최근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은 무엇인지, 교육적 경험이 있는지 등등에 대한 생각보다 깊이 있는 질문이 이어졌지요.
면접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어요.
기분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1주일 뒤 결과를 연락 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학교에서 나왔지요.
1주일이 지났어요.
그런데, 아무런 연락이 없더라고요.
기간제라면 경력이 없어서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교과교실제 강사임에도 연락이 없다는 게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전화를 했지요.
공문을 보고, 담당자의 연락처를 찾고, 전화를 했어요.
이름을 말하고, 결과에 대한 연락을 기다리고 있으며 언제쯤 발표가 되는지 물어봤지요.
제 이름을 다시 확인하더라고요. 답을 하니, 면접 자리에 있었던 선생님이셨어요. 그리곤 저를 기억한다고 하셨지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교과교실제 강사보다는 분명 다른 학교로 갈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선발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제 전화를 받고는 선발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첫 교직이 시작되었어요.
교과교실제 강사.
정확하게 따지면 제가 들어간 수업 시간만큼 돈을 받고 일하는 시간 강사.
아침 출근 시간이 정해져 있고, 퇴근 시간도 정해져 있으며, 제가 들어간 수업시간에 따라서 월급여가 바뀌는 시간강사 말이에요.
그렇게 첫 학교생활이 시작되었어요.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만약 그때 제가 전화하지 않았으면 저는 다른 학교를 알아보고 있었을까요? 아니, 어쩌면 원서를 낼 자리도 없고, 원서를 제출해도 서류전형 합불을 알려주지 않는 최소한의 메너조차 없는 학교라는 조직에 진절머리를 내면서 사교육을 하게 되었을지도 모르지요.
전화 하나로 시작된 교과 교실제 강사 생활.
누군가의 눈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그 시작이 이후 제 인생을 움직이는 시발점이 될 줄은 그때는 모르고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