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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class Sep 14. 2024

내 말 들어봐.

4일

날이 더워서 그런지,

감기 기운 때문에 그런 건지,

아이가 할아버지에게 때를 쓰더군요.

처음엔 모른 척 넘어가려다가

어느 순간

경계를 넘어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생각의 방으로 따라와.


그렇게 아이와,

조용한 방에서

일대일 면담을 했어요.


뭐가 그리 억울한지,

아이는 계속 말하더라고요.


내 말 들어봐,

내 말 들어보라고.


아이에게는 자신의 분노가 정당하다는 이유가 있었어요. 그 말을 하고 싶었지요.


저는 아이에게 말했어요.

지금 혼나는 이유는 무례함이 원인이라고.

그리고 네 이유도 이해는 가지만

그 이유가 분노를 합리화할 수 없다고 말이에요.


물론, 아이의 관점에서 설명했지요.


내가 밖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고 네게 화를 낸다면,

내가 네 반복된 질문에 화를 낸다면,

내가 네 무지함에 화를 낸다면,

그건 올바른 것일까?


같은 상황에서 그와 나의 관계를 바꾸면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일들이,

때로는 분노란 감정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도 그렇지”라는 말 또한 양념이 되고요.


생각해 보면, 분노하지 않고도

화내지 않고도 쉽게 흘러갈 수 있는 일에

우리는 너무 쉽게 화내고, 감정을 분출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어쩌면 그런 미숙한 표현이

나의 그릇과 깊이, 여유를 노골적으로 나타내지만,

그 순간은 마치 그것이 감춰진다고 생각하지요.


쉬운 것은 잃기 쉽고, 다치기 쉬우며

어려운 것은 성장과 발전의 거름이라는 생각을 종종 해요.


쉬운 것만 선택하며,

좋은 것을 탐하는 건 아닐까요?

분노하고, 화내고, 질투하고, 험담하며, 비판하고.

그런 쉬운 감정과 표현은

내 작음을 보이는 척도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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