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친구를 만났어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만나는 친구.
우린 아직 중학교 시절 서로의 모습을 보는데,
어느덧 우리의 대화는
어른의 그것이 되어 있었지요.
각자가 하는 일에 대한 고민,
나이 들어감에 대한 염려,
미래에 대한 걱정과
지금을 잘 보내고 있는지에 대한 불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갑자기 친구가 그러더군요.
고맙다.
일부러 시간 내서 매달 찾아오고,
그때마다 푸념 들어주고,
고민에 대해 좋은 말 해 준다고 말이에요.
의아했어요.
제가 친구 덕분에 호흡하고,
친구에게서 힘을 얻고 위로받고,
그의 관점에서 길을 보는데 말이에요.
집에 오는 길.
여러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그리고 제 삶이 얼마나 풍족한지 깨닫게 되었지요.
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관계와,
제게 조력자가 되는 관계들.
나이가 더해지면서,
새로운 관계에 소극적이 되는 시기에,
그럼에도 제게 좋은 관계가 있음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들이 성공해서, 사회적 덕망을 쌓아서,
제게 이득을 취하게 해 주기에 그런 게 아니지요.
존재만으로.
그저 존재함 만으로 감사하다는 생각 말이에요.
그들은 알고 있을까요?
글쎄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 또한 그런 존재일 수 있다고 말이에요.
나 또한 존재만으로 누군가가 감사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누구인지 모르지만 말이에요.
아무튼,
그렇기에,
저는 잘 살아야 해요.
제 삶을 충실하게 쌓아야 하지요.
행복하게, 떳떳하게, 부끄럼 없이.
아무튼,
그렇기에,
우리는 잘 살아야 해요.
우리 삶을 충실하게 쌓아야 하지요.
행복하게, 떳떳하게, 부끄럼 없이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