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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class Sep 29. 2024

나쁜 놈인 줄 알았지만 무지했던 그들은.

18일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게 바뀌었어요.

그때도 그랬어요.

2020년, 아직 바뀐 일상이 익숙하지 않던, 격주등교, 온라인 학교가 어느덧 여름의 문턱에 이르던 시점.


사회적 거리 두기와 등교하지 않는 아이들 덕분에 많은 선생님들이 일찍 퇴근을 했었지만, “능력이 된다”는 이유로 저는 혼자 학교에 남아서 온라인 관련 교육활동을 진행하고 준비하며 방법을 고민하던 시기였어요.


제가 있던 학교는 비평준화 지역이었어요.

때문에 가을이면 학교는 “고입설명회”라는 행사를 통해서 고입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님께 학교 시설 안내와 프로그램 소개 등의 설명회를 정기적으로 했었거든요. 그렇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는 그런 특별한 경우에 대해서 호의적이지 않았어요.


이상한 책임감과 도전의식은 제 일이 아니었지만 그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게 했지요.


그렇게 생각했던 방법이 VR로 학교 전경을 구성하고,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공론화되지 않았던 메타버스에서 학교를 구현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게 되었어요.


물론, 국내에서는 그렇게 방법이 다양하지 않았어요. 자연스럽게 국외 자료도 찾아보고, 게임을 비롯하여 다양한 분야의 사례를 공부하고 우리 학교에 맞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어요.


학교에 잘 보인다는 생각보다는, 그런 프로젝트를 하면서 제 역량도 성장하고 무엇보다 당시 아이들이 교과서 안에서만 하던 활동, 그 이상의 경험을 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렇게 방법론을 찾는데, A부장이 저를 부르더라고요.

고입 설명회를 기존의 오프라인 방식이 어려울 것 같은데 방법이 없겠냐고 상의를 해 보자고 하시더군요. 저는 이미 그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고, 어느 정도 방법론이 잡히는 시점이라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어떻게 진행 계획이 있고 준비 중이라는 말을 했어요.


만족하더군요. 그런 방법이 되냐면서 신기하게 보기도 하고요.


아직 사례는 없는데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라고 이야기했어요. 현실의 공간을 온라인에 다시 구현을 한다는 게 많이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도 충분히 유의미한 활동이 될 것 같았지요.


다시 제 일을 하러 가려는데 A부장이 절 부르더라고요. 이왕 하는 거 설명회에 사용할 80페이지 PPT도 만들어 줄 수 있냐는 말이었지요.


순간 제 귀를 의심했어요.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자의적으로 하고 있는데, 타인이 해 오던 일까지 제게 넘긴다는 일 처리 방식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요.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능력이 된다는 이유로” 상당수의 온라인 업무가 제게 집중되고 있었고, 가끔 등교 예정 학년에서 환자가 발생하여 갑자기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어야 할 경우는 모든 운영진의 전화가 제게 집중되는 구조였거든요. 심지어 제 업무가 아니었음에도 말이지요.


아무튼 그 일을 계기로 A부장의 눈에 보이는 사람이 되었어요. 쉽게 말해서 일 잘하는, 만만한 사람이 되었지요.


정말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일의 경중을 구분하여 조직원에게 적절하게 배분해야 할 사람이 특정 부원에게만 일을 집중적으로 배정하고 심지어 본인의 일에는 무책임한 모습도 자주 목격되었으니까요.


사람을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을 오래 두는 성향은 아니지만, 그 사람은 제게 그렇지 않았어요. 자신의 일에 대해서 무지하고, 책임감이 없으며, 대처능력도 부족한 리더로 조직의 효율성과 조직의 이득보다는 개인의 편의와 이득을 더 따지는 사람이었거든요.


학교라는 조직에서 나와서, 부모님과 일을 하게 되었어요.


이제 적어도 상급자라는 이유로 그렇게 거들먹거리는 사람을 만날 일이 없다는 게 위로라고 생각되었지요.


그런데.

가족과, 아니 조금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부모님과 일 하는 것도 그렇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제조업을 하시던 부모님의 일을 도우면서, 제조업의 상당 부분이 도매업자의 영향력에 좌우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제조업의 특성상, 도매업자가 없으면 판로가 없었고, 그렇게 된다면 공장을 가동할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온라인 유통을 활용해서 도소매로 확장을 했어요. 부모님만 있었다면 어려웠겠지만, 학교라는 조직에 있으면서 그래도 나름 “일 잘하는 “사람이 있으니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었거든요.


오픈마켓에 스토어를 만들고,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고, 상품 디자인을 하고, 상품을 생산하고, 상품 촬영을 하고, 상품 안내 페이지를 만들고, 그것을 스토어에 올리고, 배송 업체를 선정하고, 제조된 상품을 상품화하고 등등. 기존의 제조업 보다는 해야 하는 일의 거리가 많아지기 시작했어요.


그만큼 제가 해야 할 일도 많아지기 시작했지요.


문제는.


온라인에서 물건을 판매하고, 배송하는 모든 과정에 대해서 부모님은 무지하다는 거예요.


몇 개나 팔렸어? 어떤 상품이 팔렸어? 뭐는 팔고 있어? 등등의 관심을 표현하기 위한 질문이라는 것은 아는데, 정작 제게 그 일을 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으니 조금씩 저도 마음이 상하기 시작했지요.


마케팅 방법, 키워드 추출, 효율적인 광고운영, 촬영 방법의 개선과 상품 안내에 대한 논리 마련등과 같은 다양한 전략에 대해서 고민도 해야 하는데 관심에 기초한 부모님의 질문은 언제부터인가 관심과 간섭 그리고 조언의 경계를 오고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결국.

오늘 감정이 폭발하고 말았어요.


기계에 문제가 자주 생겨서 한동안 계속 늦은 시간에 공장 일을 마무리하는데, 특정 상품은 언제부터 판매하느냐, 어떤 건 왜 판매가 잘 되지 않느냐 등등의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문제를 해결할 대응의 시간이 제게 주어진다면 모르지만, 부모님의 관점은 아직도 과거 제조업만 하던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고, 저는 당연히 그분들의 일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계시거든요.


풀어야 할 문제는 많고, 그 문제의 실상은 모르고 방법론만 나열하고, 일단 본인들의 일에 중요도를 둬야 한다는 그 말에 마음이 균형을 잃게 된 것 같아요.


무거운 마음으로 남은 하루를 보내고, 그래도 말하기를 잘했다는 생각과, 그렇지만 조금만 참을걸 하는 후회가 밀려오는 밤이네요.


과거 제가 싫어하던 부장의 모습이 떠오른 건.

아마, 그도 무지했기에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본인이 모르는 영역에서 어떤 일이 얼마나 많은 절차를 거치면서 조금씩 진행되는지 모르니까 경솔하게 행동하게 되는 것이고, 변화를 수용하기에는 어느덧 너무 많은 것이 변하였고, 자신의 직책은 있으나 그것을 해결할 충분한 역량은 없으니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해야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쁜 게 아니라, 어쩌면 자신도 살아남기 위해서 그런 방법을 선택하게 된 것이 아닐까요?


아니, 어쩌면 살아남기 위해서 그런 것보다는 지금까지 그렇게 일을 진행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니 과거 본인이 문제를 해결하던 방식으로 계속 진행하는 게 아닐까요? 변화된 가치와 시스템을 모르고 말이에요.


부모님이 그렇고, 거래처의 어른들이 그렇거든요.


판매를 시작했다는 말에, 상품을 가지고 시장에 가 봐야 한다, 상품을 가지고 OO상회에 가 봐라 등등의 조언을 진심 어리게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여전히 과거의 기억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말이에요.


절대 그런 모습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을 하는 건 아니에요. 그런 다양성의 모습을 수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지요. 그래야 제가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어쩌면, 그런 다양성을 수용하는 방법의 시작이 새로운 영역에서 일이 진행되는 과정을 안내하고, 설득하는 기술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봤어요.


아직 성장하려면 멀었다는 생각을 글을 쓰면서 하게 되는군요.

무지를 답답하게 느끼지 말고, 관심을 간섭이라 느끼지 말고, 수용하고 이해시키며 상생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기회로 볼 수 있는데, 저는 아직도 사람의 본능적 성질을 이기지 못해서 감정으로 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 성장했다면,

내 잘못에 대해서 사과할 수도 있어야 하겠지요?


제가 하는 일과 진행 방식을 조금은 더 쉬운 말로 다양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방법을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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