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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class Oct 06. 2024

준비라는 건요, 원래 형편이 안 될 때 하는 거예요.

24일

임용시험을 준비하면서, 항상 그런 의문에 빠졌어요.

왜, 이런 과목을 공부하지?


중학생, 고등학생에게 수학을 가르친다면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문제를 공부해야 하는데, 해석학, 대수학, 기하학, 논리학 등등의 과목을 배웠지요.


그건, 제가 고등학교에서 공부했던 수학과는 달랐어요. 하나의 답을 찾는 게 아니라, 말이 된다는 것을 보여야 했지요. 그걸 수학에서는 증명한다고 하고요.


무의미하다고 생각했지요.


첫 교직에서 중학생을 가르쳤어요.

그리고 다음에는 예술계 고등학교에서 교사를 했어요.

모든 경험에서, 제가 임용을 준비하면서 공부했던 수학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어요.

중학교에서 제가 해야 하는 것은 아이들이 수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여러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었고, 그러한 과정에서 심도 있는 문제의 풀이나 논리적 전개는 존재하지 않았으니까요. 단지, 쉬운 논리를 더욱 세밀하게 나누고, 단계를 만들어서 아이들이 쉽게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 임무였지요.


예술계 고등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수학을 주제로 아이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면 되었어요. 아이들의 수준에서 풀이할 수 있도록, 아이들이 알아갈 수 있도록, 진도에 관계없이, 난이도에 연연하지 않고 수업하는 게 목적이었지요.


그리고 인문계 고등학교에 갔어요.

드디어. 조금 난이도 있는 수학을 다루게 되었어요.

교과서 내용을 중심으로, 가끔은 대수학의 내용을 불러오고, 가끔은 해석학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가끔은 기하적인 접근과 위상적인 관계를 언급하며 수업했어요.

아이들은 흥미로워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저도 그랬고요. 아마, 그때의 수업이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당시 저와 수업했던 아이들이 지금은 수학을 가르치거나 수학 교사를 준비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임용을 준비하면서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도구로 공부하던 것이, 수학을 더 잘하고 싶어 하고, 수학을 더 알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만나서 그때서야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요.


그때서야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준비했던 많은 것이 의미 없었던 게 아니라는 것을 말이에요.


대학교 1학년, 교회에서 봉사를 하면서 레크리에이션 자격을 취득 수업을 받게 되었고, 그때 배운 방법이 중학교, 예술계 고등학교에서 재미난 수업을 만드는데 활용되었어요.


흥미가 있어서 배웠던 문서작업, 간단한 프로그램 구현, 엑셀 등의 역량이 교직에 있으면서 학생들에 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다듬고, 유의미한 결과를 추출하는데 활용되었지요.


대학원을 준비하면서 읽었던 수학과 관련한 교양도서,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들은 제가 단순히 수학교사로만 활동하게 했던 게 아니라 메이커 지도교사와 같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해 줬어요.


생각해 보면, 시간을 헛되게 쓰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배움들이 언젠가 제 일을 하는데 활용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최근에 사업을 시작했어요.

교직에서만 있었던 제가, 몇 해 전에 제조업을 하게 되었고, 이제는 온라인 유통까지 하게 되었지요.


결코 쉬운 이직은 아니었어요. 아니, 아직 이직을 했다고 하기도 힘들어요. 큰 성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때문에 언제든 이 일은 정리될 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막상 일을 시작하고 보니 아직도 더 많은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여전히 배우고 있고, 공부하고 있으며, 지금을 관찰하고, 앞으로를 예측해야 하지요.


가끔 제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그런 이야기를 들어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때가 되면 충분히 하는데, 그때가 무엇인지 몰라서 지금은 그냥 쉬고 있어요.

물론, 그 쉼이라는 말에 많은 것이 내포되어 있겠지만 종종 그런 생각을 하곤 해요.


어딘가에 쓰이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스스로에 대해서 잘 생각하고, 무엇을 주도적으로 한다는 가정에서 그때 내게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고 말이에요. 그렇다면, 지금 무엇을 배우고 준비하더라도 그건 결코 무의미한 활동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요.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저는 요즘 세상의 많은 것을 관찰하고 있어요. 그들은 어떤 방법을 자신의 가치를 어필하고 있을까? 그들은 어떤 형태로 자신의 필요를 전달하고 있을까? 사람들은 무엇에 끌리는가?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성공한 그들과 실패한 이들의 차이는 무엇인가? 어떤 말이 많이 오고 가는가? 어떤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살아가는가?처럼 말이에요.


무의미함은 없다고 생각해요.

언젠가 내 때가 온다면, 언젠가 환경이 열린다면, 그때 나는 충분히 잘할 수 있어라는 생각보다는, 어떤 작은 기회라도 잡을 수 있는 스스로의 힘을 키우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봤어요.


어떤 변화를 유도하라는 건 아니에요. 행동의 변화를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요.

단지, 아직 내 때가 오지 않았으니 지금을 무의미하게 흘러 보내기보다는, 언젠가 내 때가 올 것을 기대하며 어제와 같은 오늘이라도 그 안에서 유의미함을 만들며 하나하나 쌓아보자는 의미에서 한 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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