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할 수 있는 일

그렇지만 누구만 할 수 있는 일

by Inclass

사교육에 대한 생각은 없었다.

고등학교에서 10년 동안 수학을 가르친 사람이었기에, 같이 학원을 해 보자, 공부방이라도 해 봐라. 내가 사람을 모아줄게. 등등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사교육 시장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수학을 좋아하고, 수학을 주제로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했는데, 내가 알려주는 지식으로 아이들이 무엇을 깨다는 표정을 보는 게 좋았는데, 그렇다고 사교육 시장에서 3점, 4점 문제 하나 더 맞추기 위해서 수학을 가르치고 싶지는 않았다. 조금은 더 즐거운 수학을 가르치고 싶었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경제 여건에 맞춰서 수학 성적이 바뀌는 것에 함께 기여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무엇보다 내 눈에 보이는 건, 중간 또는 중간 이하의 학업 성적으로 어렵게 대학에 진학한 아이들이 사회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내가 그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교육복지 사업을 생각했었다.

코로나시기에, 온라인 학교를 운영하면서 얻은 노하우와 교육 현장에서 채우지 못하는 부분을 충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 많은 사람의 이해가 필요했고, 그러기에는 내게 부족함이 많다는 것을 이후에야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제조업을 선택한 것은 어쩌면 그런 이유가 더 큰 것 같다.


제조업. 특히, 양말을 방직하는 일은 그렇다.

오래전부터 있었고, 배우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이 일을 통해서 먹고살 수 있었던 역사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시대에는 제조업을 선호하지 않지만, 그리고 제조업의 폐업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제조업 종사자의 고령화가 가속되고 있지만, 때문에 나는 이 일이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께서는 오래전부터 양말 제조를 업으로 하셨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서울에서 공장을 하셨던 고모부 밑에서 기술을 배우셨고, 이후에 잠깐 공무원을 하셨으나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다시 양말공장을 시작하셨다.


지금보다 좋지 않은 기계로, 가정집 지하에 기계를 넣어두고 공장을 운영하셨다.


내 기억의 공장은 그렇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오셔서 일을 하셨고, 일찍 부모를 잃은 지금 생각하면 이제 고등학생쯤 되는 형들도 일을 했었고, 혼자서 동생을 먹여 살려야 했던 누나도 일을 했었다.

물론,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사님도 있었지만, 사람의 손이 많이 필요한 양말 제조업에서 쉽게 일자리를 얻기 힘든 형, 누나들도 일을 했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배움이 없었어도 성실함과 꾸준함이 있었다면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공장은 주야로 돌아갔다. 쉼 없이 돌아갔다.

단순히 부모님의 수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공장이 운영되기 위해서 수고하는 모든 사람들의 밥벌이를 위해서 각자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 해야 했다.


공장에서 일하던 형들은 이제 어딘가에서 자신의 공장을 운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누나는 대학에 가서 동생들 독립시키고 본인도 좋은 사람 만나서 시집갔다는 이야기도 들었었다. 물론, 오래전이지만 말이다.


좋은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언젠가 아버지의 공장에 들어왔던 기사가, 법적인 문제를 들먹이며 합의금을 요구했고, 그 일을 계기로 직원을 믿는 게 힘들어지면서 공장을 정리하게 되었다.


물론, 이후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그 기사는 시스템이 미비한 제조공장의 약점을 이용해서 상습적으로 합의금을 받으러 다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배운 게 기술이라고.

공장을 정리하고 몇 년의 쉼을 보내신 부모님은 다시 공장을 하셨다. 작은 규모. 아버지 어머니 두 분 이서만 운영 가능한 작은 공장을 다시 시작하셨다.


그리고 그 공장을 내가 받게 되었다.

아버지께서 방직을 하면서 쌓은 제조 노하우를 직접 전수받으면서 말이다.


방직기술이라고 한다.

원사를 이용해서 양말을 만드는 모든 기술.

기계를 다루는 기술, 관리하는 방법, 양말의 크기, 조임 등을 일정하게 하여 항상 일정한 상품을 만드는 모든 방법들. 그런 것들을 방직기술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그런 기술을 배우는 건 학력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쉬운 게 아닌 것이다.


실의 탄성이 저마다 다르고, 그것은 기계로 측정할 수 있는 수치보다는 손에서 기억해야 하는 수치인 경우가 많다. 쇳덩어리가 움직이며 머리카락 굵기와 비슷하지만 그보다 약한 강도를 가진 섬유를 엮어서 양말이라는 방직물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섬세하고 신비로운 일인지 일을 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온도와 습도에 따라서 맞는 치수로 나오던 결과물이 갑자기 바뀌기도 하고, 그에 따라서 기기의 설정값을 바꿔줘야 한다.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란 스판사가 잘 들어가는지도 볼 수 있어야 한다. 결코 쉽지 않다.


양말 방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인내의 시간을 버텨야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며, 그런 인내의 시간을 얼마나 착실하게 참아낼 수 있는가에 따라서 고객에게 인정받는 상품을 만들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되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은 일이 과연 있을까?


무슨 일이라도 인내할 수 있어야 하고, 인내하는 과정에서 일이 익숙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필요하며, 얼마나 착실하게 시간을 보내는지에 따라서 자신을 향한 평판이 결정되기도 한다.


결국. 우리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른 형태의 삶을 살아가지만 결국은 비슷한 방법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공통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캐릭터가 만들어지고, 그렇지 않은 캐릭터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말이다.


양말을 방직하는 것.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누구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인내할 수 있는 사람. 꾸준하고 성실하게 한결같이 할 수 있는 사람. 사실, 그런 강점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영역에서도 잘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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