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기 힘드니까 보물이다.

쉽게 얻으면 그만큼 가볍지 않을까?

by Inclass

한동안 글쓰기를 멀리했다.

아니. 멀리 했다기보다는 그냥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최근 어떤 책을 읽었다.


그동안 블로그에 쓴 포스팅을 엮어서 책으로 출판했는데, 내용을 읽어보니 그냥 그 사람의 경험. 아니 썰이라는 표현이 더 맞지 않을까? 아무튼 그런 가벼운 이야기들을 엮어서 책으로 낸 것이다.


뭐 이런 걸.

이라는 생각으로 읽다가 문득 깨닫게 되었다.


난 그 책을 생각보다 재미나게 읽고 있었고, 가벼운 그 이야기를 읽는 동안 마치 젊은 시절 친구들과 격 없이 수다를 떨었던 것과 비슷하게 마음이 가벼워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을 만나면 뭐가 그리 진지한지.

동료 직원에게서 느끼는 불편함. 미래에 대한 불안감. 직장에서 만난 진상에 대한 이야기와 시대적 문제, 사회적 문제에 대한 대화로 이야기가 채워지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러던 중 그런 가벼운 이야기를 책으로 읽는다는 게 생각보다 기분 전환에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 또한 내 삶 속에서 있었던 가벼운 이야기를 글로 써 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브런치보다는 내 독자가 많은,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건 아니지만 거의 1천 명의 구독자가 있는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교사로 지내면서 만났던 특이한 사람들.

특별한 경험들.

조금은 다양한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말이다.


글을 쓰면서 신기하게 느낀 건.

속칭 그런 “썰 풀이”가 생각보다 내 정신 건강에 좋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날은, 아무런 깨달음과 진지함 없이, 그냥 그런 특이한 사람과 경험, 에피소드에 대한 글을 썼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쓰다가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잠들었고, 평소보다 2시간이나 일찍 잠이 깨였는데 어딘가 마음이 가뿐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뭐라고 표현할까?


술자리에서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만나서 쉼 없이 떠들어서 마음이 확 뚫린 기분인데, 숙취로 인한 피로도나 수다로 인해서 목이 아프다거나 그런 후유증이 없는 가뿐함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지금 며칠째 글로 나불거리고 있다.

거의 10년도 전의 기억부터 시작해서 말이다.


블로그의 특성이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업데이트가 자주 있으면 방문자가 늘어나고, 이웃을 늘리려는 목적의 사람들이 인사를 가장한 방문 유도의 글로 도배를 하곤 한다.


여기서 다시 현타가 왔다.


글을 써도 진지하게 읽는 사람은 없는 것 아닐까? 그저 광고성 방문자만 가득하게 되는 것 아닌가? 이야기에 공감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언제 찾는 것일까?


언젠가 비슷한 고민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없나 봐요.

내가 잘 해준 사람들은 다들 내 뒤통수를 치더라고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에게 나는 말했다.

귀한 인연은 보석과 같아서, 찾기 힘든 게 정상이라고. 당신이 사람을 보는 눈이 없는 게 아니라, 그들이 보석을 보는 눈이 없는 것이고, 당신은 운 좋게도 다른 사람들보다 빠르게 쓰레기를 찾는 능력이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에게 이런 말을 하면서 나 스스로에게도 적용해 봤었다. 아니 자주 적용한다.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경험이.

지금 내 뜻처럼 되지 않는 상황이.

내가 보석을 갖게 되었을 때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을 얻기 위한 훈련의 과정이라고 말이다.


사실 그렇지 않을까?

쉽게 얻으면 그것의 가치를 쉽게 잊게 되는 법이다.


어렵게 얻으면 그것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내 지난 시간을 나불거리러 나는 또 블로그에 포스팅을 작성할 생각이다.


역시나 이웃을 수를 늘리고 싶은 누군가가 내 글에 형식적인 답글을 작성하고, 방문을 유도하겠지. 그렇지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글을 쓰는 목적은 이웃이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며,

엄청난 수익 창출이 목적도 아니기 때문에.

그냥.

내 이야기를 통해서 나와 소통할 수 있는 관계를 찾고, 비슷한 생각의 사람들을 찾기 위해서 나를 더욱더 선명하게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기에 말이다.

글쓰기는 온전하게 나를 위한 과정이다.

그 과정을 잘 지내다 보면 좋은 관계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겠지. 그리고 그런 관계가 내 삶의 보석이 되지 않을까?


얻기 힘드니까 보물이다.

그러니.

지금 무엇으로 인해서 힘들어한다면, 그래서 고민하고 갈등하고 있다면. 그건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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