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기 7일 차
브런치에 기록을 했는지 모르지만, 제조업을 하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쳤고, 그 길에서 내려온 것은 내 의지였지만 제조업을 선택한 것은 불가항력이라 할 수 있으나 선택은 내가 했기에 비중의 차이는 있어도 역시나 내 의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조업을 선택한 몇 가지 이유를 이야기하면 이러하다.
가장 큰 이유는 공장을 운영하시던 부모님께서 이제는 연로하시다는 것이다.
의도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교육과 관련한 다른 일을 계획하고 있었고 그것의 물고 가 열리던 시점에 부모님은 공장을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내게 이야기하셨다. 큰 규모가 아니었기에 두 분이서 소규모로 운영하시던 공장이었다. 가치를 아는 사람에게는 값을 받지만 가치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저 고철값 정도로만 취급되었다. 나 역시 그것의 가치를 온전하게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가족의 일이 하찮은 값으로 취급된다는 게 싫었고 그 생각이 부모님의 일을 이어받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조금 더 합리화해서 이유를 더 설명해 보겠다.
오랜 시간 학교 현장에서 소외받는 많은 아이들에 대한 씁쓸함이 있었다.
학교라는 공간은 학생들의 배움을 위한 장소라고 하지만,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배움의 기준은 교과서에 표기된 지식의 영역이었고, 그런 공통된 목표에서 열외 되는 아이들은 항상 존재했다. 그들의 학습 역량이 뛰어나지 않아도 그들의 가치는 내 눈에는 귀하게 보였지만 학교라는 조직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어려운 경제 환경에 가장의 역할을 하며 학업을 이어가는 아이에게 취업보다는 진학을 강요했고, 대학 진학이 마치 어려운 환경을 개선하는 돌파구처럼 이야기 하곤 했었다. 대학에 진학하기 어려운 학습 수준이고 학업에 대한 의미를 모르는 아이에게도 국영수 성적을 잘 받아서 그럼에도 대학에 진학해야 사회의 어떤 구성원이 될 것처럼 이야기 하곤 했었다.
현실은 아무리 우수한 대학에 진학해도 취업이 어려워 졸업을 미루는 아이가 있었고, 학교의 진학률을 위해 주먹구구로 대학에 집어넣는 아이도 있었는데 말이다.
교사라는 이름으로 좋은 코칭을 하는 것도 중요하고, 지식을 쉽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며, 바른 길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소외받는 아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그래서 학교를 나오게 되었고, 교육 복지 사업을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제조업을 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생각을 바꿔보니 지금은 부모님과 나 이렇게 가족 중심으로 구성된 제조업장을 발전시킨다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곳이 누군가에게 평생직장이 아니라 더 좋은 일로 벌크업 하는 계기가 되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물론, 지금은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교사를 하면서 매일마다 수업과 공문처리로 노년을 맞이하기보다는 제조업을 하면서 사업장을 관리하는 게 적어도 내 꿈을 이룰 확률이 조금은 더 높아진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유를 하나 더 하자면, 이제는 가족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교직에 있으면서, 아들이지 못했고, 아비가 되지 못했었다. 함께 공장을 하면서 아버지 어머니의 몸이 약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내 아이가 이렇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너무 늦게 알아서 후회할 뻔했던 것을 조금은 빨리 알게 된 것 같았다.
제조업이 쉽지 않다는 것도 내가 이것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이다.
학교에 있으면서 느낀 것은 다수의 사람들이 쉬운 일을 하려 한다. 어려운 일에 종사하고, 어려운 일에 기초해서 그것을 발전시키려는 사람은 잘 없었다. 즉, 제조업 종사자. 특히나 지금 내가 하는 섬유 방직 관련 분야에 진입하는 사람은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 업장을 마련하는데 초기 투자가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도 있고, 기계가 있다고 하여도 그것을 가동하고 관리 운영하기 위해서 필요한 지식과 기술은 오직 현장 경험에서 습득 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에, 이 일에 쉽게 진입하는 건 힘들다는 것이다.
나 또한 매일마다 그 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손으로 당긴 느낌을 가지고 "이 정도면 되는데"와 "이 정도는 좋지 않다."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
조금 쉽게 설명하자면, 36도의 물과 37도의 물을 주면서 입술로 둘의 1도 차이를 구분하라는데 과연 그게 쉽게 되겠는가? 아무리 가방끈이 길어도, 30년 넘게 둘을 구분한 사람의 경험치는 결코 따라가기 힘든 벽과 같은 것이다.
우리 공장은 온전히 제조만 한다. 공개된 사업장도 아니다.
정말 이쪽 계열의 몇몇만이 알고 있는 그런 공장이다.
규모가 작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소수의 도매상으로도 충분히 공장 가동률이 100%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정적이지는 않다. 소수의 도매상을 상대하기 때문에 그 소수가 우연히 동시에 판매가 잘 되지 않는다면, 공장 가동률은 순식간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재고를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에 대한 공부가 필요했고, 때문에 그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되었다.
유통, 그리고 입점 방법에 대한 강의를 알아보던 중 강사가 어떻게 유통을 시작하고 어떻게 입점하여 판매전략을 수립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방법론을 알아볼 목적으로 강의를 선택해서 봤는데, 판매자의 입장에 대한 길고 긴 설명만을 듣게 되었다.
"모든 제조업자, 기업가는 자신의 상품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상품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소비자들 또한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생각해 보면 많은 상품에서 그러한 설명이 빠져 있는 것을 쉽게 보게 된다. 그냥 브랜드가 이러하니 이 가격을 받는다. 그냥, 비싸면 사람들이 좋다고 생각하니 그 가격을 받는다. 이 정도 물건이면 이 가격을 받아야 한다. 내가 노력하고 힘들게 판매했으니 이 가격을 받아야 한다 등등.
그러한 모든 생각들이 만약 판매자의 관점에서만 나온다면 그건 분명 틀린 생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 사업은 분명 망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환경에서 이렇게 일하고 있으며 때문에 우리는 이런 가격 형성이 가능하다. 우리 제품은 다른 제품과 비교해서 어떠한 품질의 차이가 있고, 어떠한 가격 경쟁력이 있으며, 어떻게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설득이 있다면 분명 일은 성공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해서 먼저 내가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이해가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외부의 어떤 것을 바라보기 위해서 자신에 대한 이해가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고 이야기했던 것일까?
학교에서 학생들의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역시나 비슷한 모습을 관찰하게 된다.
자신의 역량보다 훨씬 어려운 문제집을 구입해서 항상 좌절하고, 힘들어하면서 미미한 성장을 부르는 아이. 자신의 역량보다 훨씬 낮은 문제집을 구입해서 항상 기분 좋고, 즐거우며 만족감은 있으나 실질적인 성장과는 거리가 먼 아이. 자신의 역량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그에 맞는 문제집을 선택하여 꾸준한 성장을 불러오는 아이. 최근에는 이런 경우를 메타인지가 높은 아이가 성공한다고 이야기하곤 하지만 말이다.
MBTI가 유행했었다.
물론, 인간의 유형이 16가지로 나누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신의 성향을 알고 있으면 문제 상황을 이겨내는데 조금은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자신에 대한 이해가 우선 되어야 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그것과 연계한 외부적인 것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것이 우리가 삶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하루에 하나 글 쓰기를 하고 있다.
주제도 모두 다르다.
어쩌겠는가? 어제 글을 쓰면서 다음은 이거라고 생각하지만 하루가 지나면 머리가 지워지는걸.
그렇지만, 계속 쓰다가 보면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생각은 분명 반복해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흔적들이 나를 더 견고하게 만들지 않을까?
그나저나.
정말 부족한 글인데, 나조차도 쓰고 다시 읽기가 부끄러운 글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찾아와서 "라이킷"을 클릭해 주시는 작가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하루를 마감하며 내가 느끼는 평안함이 그분들에게도 온전히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