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공부해야 합니다.

매일 쓰기 29일차

by Inclass

주말에 도서관을 가면 책 읽는 어린이를 많이 보게 됩니다. 아무도 휴대폰을 만지지 않고, 책 읽기에 푹 빠져 있지요. 책에 집중한 아이들을 보면 그 모습이 얼마나 이쁘게 보이던지요.


유치원생, 초등학생의 부모님들은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아이에게 독서하는 습관을 형성시키려 노력을 하지요. 문제는 학년이 올라가면서입니다. 책 보는 시간보다 아이가 문제집을 보고, 교과서를 보면서 시험 성적을 올리는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고등학교에서 짧지 않은 시간을 있다 보니 그런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아이의 독서 습관에 대한 고민보다 아이의 학업 성취도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듣게 되었지요. 안타깝게도 저 또한 독서보다는 아이의 학업성취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어요. 사실 대학 진학이라는 당면한 과제 앞에서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조심스럽기도 했고요.


수능 성적이 대학 진학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다가, 학교생활기록부라는 서류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그나마 독서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어요.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서 아이들은 책을 읽어야 했지요. 그리고 1년에 몇 권, 3년 동안 몇 권의 책을 읽어야 어떤 대학에 진학 가능한가의 문제가 한때 화두로 오르기도 했고요.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학교생활기록부에서 독서 항목이 사라지게 되었어요. 물론, 그것이 사라진 것으로 인해 독서를 중요시 여기는 관점이 사라진 것은 절대 아닙니다. 수량에 급급하던 것을 조금은 더 내용과 질적인 측면에 비중을 두라는 해석으로 보는 게 더 맞겠지만 상당수의 학부모님과 수험생은 독서의 중요도가 없어졌다고 잘못된 해석을 하게 되지만요.


유치원, 초등학교 시절 도서관에서 함께 책을 읽던 부모는 아이의 학년이 올라가고, 진학의 방법이 복잡해지면서 조금씩 그 과정에서 손 놓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점수가 중요한데 마냥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기에는 불안감이 너무 크게 자리 잡아서 그렇겠지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떤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가? 어느 정도 모의고사 성적이 나오는가? 지금 내신 등급으론 어느 대학에 진학이 가능한가? 앞으로 내신을 얼마나 잘해야 원하는 대학 진학이 가능하겠는가? 등등의 문제로 상담을 하게 됩니다.

물론, 그중에서 간혹 일부 학부모님들은 학생의 학교생활, 가정생활, 교우관계, 태도 등의 문제로 상담을 하기도 하지만요.


부모도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이렇게 생각하겠지요. 아니, 먹고 살아가는 일도 바쁜데 무슨 공부?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 시간적 여유가 많으니까 그런 소리가 나오는건가? 아! 선생이었다고 하니 그런 말을 하는 건가?


아니요. 너무 급발진하지는 마시고요.

제가 이야기하는 공부는, 지금 부모님이 살아가면서 직장에서, 사회관계에서 얻는 많은 것들이 학창 시절의 경험과 어떤 관계성을 갖는지에 대한 공부를 이야기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제 경우는 이렇습니다.

학교에 있으면서 아이들과 메이커 프로그램을 운영했어요. 파이썬이라는 컴퓨터 언어를 이용해서 프로그래밍을 하고, 아두이노를 이용해서 물리적으로 작동하는 기계를 만들어보고, 3D프린터를 활용해서 그것을 일종의 모형으로 만드는 활동을 했지요.


물론, 학교 현장에서는 그런 경험이 전부였어요. 저 또한 단지 그것이 아이들에게 "메이커 교육"을 위한 교육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학교에서 나와서 공장을 운영하고, 기계를 고치면서 기계에 숨겨진 여러 가지 센서들을 발견한 거예요. 아두이노에 적용된 센서와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기능을 하는 작동장치들을 보게 되었지요. "메이커 교육"이 어떤 영역에 활용되는지를 알게 되었어요.


수학시간에 배웠던 톱니바퀴 문제 기억하시나요?

큰 톱니바퀴와 작은 톱니바퀴가 어떤 특정 지점에서 마주해 있는데, 다음번에 이 점이 다시 마주하기까지 작은 톱니바퀴는 몇 바퀴를 돌아야 하는가? 와 같은 문제 말이지요. 대부분은 두 점이 마주하기 위해서 톱니의 수를 바탕으로 최소공배수를 구하며 문제를 풀이하지만, 자전거에 관심이 많은 부모님이라면, 자전거 페달 방향의 톱니와 뒷바퀴 부분의 톱니를 보면서 어떻게 해야 페달을 한 바퀴 돌리는 동안 자전거가 더 멀리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예요.


국어시간에 화자의 의도를 분석하는 문제를 봤었지요. 단순히 지문을 분석하고 정답과 오답을 구분하여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받은 문서의 표면적 의미와 내면적 의미의 해석이 갖는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도 있지요. 때로는 사회적 의사소통 관계에서 외적인 의미와 내적인 의미를 이야기 해 줄 수도 있고요.


생각보다 많은, 아니 거의 대부분의 어른들이 학창 시절의 공부와 성인이 되어서의 삶은 서로 다르다고 이야기해요. 학창 시절 공부는 단순하게 대학 진학을 위한 도구적 성향으로만 해석하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모의고사 감독을 하면서, 정말 집중해서 고민하며 문제를 풀어내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학창 시절 공부가 단순히 대학 진학을 위한 도구적 수단이라면,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많은 아이들에게도 학교 공부를 가르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냥 그들을 들러리로 만들고 소수의 우수 학생 선별을 위해서 하는 제도라면 이건 너무 비효율적인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말이지요.


그때부터 고민을 했어요. 학교 공부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 말이지요. 제가 찾는 이유는 너무도 추상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예요. 아쉽게도 그것을 모두 언어로 표현하기에는 제 능력이 아직 부족하지요. 저 또한 그렇게 논리적으로 정리된 문제는 아니고요.


그렇지만, 수학에서 함수적 사고를 바탕으로 다양한 조직이 유사한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일대일 대응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일이 진행되는 구조에 대해서 알게 되었으며, 일차, 이차, 삼차, 사차등 다양한 함수 그래프 덕분에 사람들은 미래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 어느 정도 유추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아쉽게도 국어, 영어, 수학과 같은 학문들이 너무도 본질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기에 그것이 가진 의미를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찾아내기 어렵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지요.


다시 이야기로 돌아갈게요.

결국, 부모도 공부해야 한다는 것은 부모가 되어서 입시를 위한 국어 영어 수학, 과학과 같은 과목을 공부하자는 의미는 아니에요. 그런 교육과정을 따르라는 의미도 아니고요. 단, 국어가, 영어가, 수학이, 과학이, 사회가 성인이 된 어른의 관점에서 어떻게 자신의 삶에 적용되었는지에 대해서 고민해 보자는 의미예요. 물론, 그런 의미를 찾기 위해서 중등, 고등의 교육과정에 대한 어느정도 지식은 필요하지만 그것을 빌미로 아이의 공부에 관심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직장에서 하는 업무 진행 과정에서 처음 그 일을 접하는 신입이 "이 일을 왜 하지요?" 라는 질문에 그냥 하라고 할 수도 있고, 과거부터 해 왔으니까라고 말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어떤 이유로 이 일을 하고, 이후에 어떤 과정을 통해서 어떤 결실을 맺는지 알게 된다면, 신입은 자신의 일이 의미있는 행위이면,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맥락에서 어른의, 부모의 관점에서 학창 시절 공부가 갖는 자신의 깨달음을 아이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 아이는 공부를 하는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게 되겠지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런 이유가 아이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수록 아이는 가속이 더해지는 공부를 할 수 있을 거예요.


부모가 공부하기 위해서 고민도 답이 될 수 있지만, 그만큼 많은 책을 읽고 강의를 들어야 할 거예요. 그렇게 탐구해서 얻은 고민의 결과물이어야 설득력 있는 표현으로 아이에게 전달될 수 있으니까요.


공부하는 부모가 되세요. 그래서 부모도 알아가는 기쁨을 누리면 좋겠어요. 그래야 아이도 알아가는 기쁨을 욕심내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거예요. 그래야 아이들의 학교생활도 즐겁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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