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한 자가 교만할 수 있다.

매일 쓰기 42일차

by Inclass

아들과 함께 타려고 자전거를 중고로 구입했어요.

저렴하게 구입한 만큼, 이런저런 손을 봐야 할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집 앞 자전거방에 가지고 갔지요.


아이를 태울 뒷자리 안장을 설치하고, 기어 변속 레버를 교체하고 집으로 가는데 페달 부분에 힘이 들어갈 때마가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다시 자전거방에 가서 사장님께 물어보니, 이렇게 저렇게 만져보고는 페달이 회전하는 부분 안쪽에 베어링이라는 장치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여러 공구를 활용해서 분해하고 베어링을 빼 보니, 구슬이 부드럽게 돌아가는 오일과 같은 것이 모두 녹아서 교체를 해야 한다더군요.

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동일한 부품에 고체 오일을 바르고 다시 조립하면 되니까요.

조립하고 다시 자전거를 타니 정말 부드럽고 조용하게 움직이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자전거방 아저씨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그분의 전문성에 감사하면서 잘 타겠다는 인사를 하면서 돌아왔지요.


자전거라는 장치가 어떻게 보면 간단한 장치라고 할 수 있어요. 볼트, 너트, 기어, 체인 등 다양한 장치가 외부로 노출되어 있다 보니 작동 과정이나 원리가 실질적으로 눈에 보이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그것을 맞게 조립하고 운행하는데 조금 더 부드럽게 움직이게 하는 것은 그 분야에 대한 오랜 경험이 누적된 기술자의 역량이라고 할 수 있어요.


기술자의 역량이라는 것은 그 분야에서 오랜 시간 경험치가 누적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노하우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 노하우가 정말 중요하고 귀한 것인데, 교만이 심한 사람들은 그것을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깟 자전거 볼트와 너트만 조이고 풀고 하면 탈 수 있는 건데, 그걸 고치는 게 뭐가 그렇게 대단한 거라고...처럼 말 하는 사람들 말이지요.


교직에 있으면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아이들 가르치고, 방학하면 쉬고 그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학교 현장에서 일을 하지 않은 사람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하는 동안에 어떤 일이 교무실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방학을 하고 비어있는 학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거든요.

내가 전공한 과목 가르치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그깟 거 나도 하겠다.




특정 분야에서 최고라고 해도, 그 사람이 모든 영역에서 최고가 될 수는 없어요. 자신의 전문 영역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 타인의 전문성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에요.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는 직원이라고 무시할 존재가 아니에요. 매일 아침 청소차를 타고 골목을 다니는 환경 미화원 또한 무시할 존재가 아니에요. 매일 같은 노선의 버스를 운전하시는 기사분들 또한 그렇고요. 매일같이 택시를 운행하시며 승객을 목적지로 안내하는 기사님도 그렇고요. 마트에서 일하는 캐셔라고 해서 무시할 존재가 아니며, 마트 주차요원이라고 해서 무시할 존재가 아니라는 말이에요.


다들 그 분야에서 오래 일 한 만큼의 전문성이 있고, 그들의 노하우가 있는데, 손님으로, 고객으로, 지나가는 사람으로 그들이 하는 일의 단면을 보고 일의 가치와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무지에서 나오는 것이며 그런 무지함이 교만을 부른다는 생각이에요.


무지한 사람이 교만할 수 있어요.


그렇지 않은 사람은 결코 교만하지 못하지요. 각자의 전문 영역에 대해서 인정할 수 있고, 각자의 전문 영역을 존중할 수 있으니 말이에요.



야, 그래도 학생 때가 가장 좋은 거야.

네 때가 좋은 거다.


그런 말을 많이 해요.

그런데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세요?

교직에 있으면서 학생들을 지켜본 결과는 결코 그렇지 않아요.

아이들도 고민이 있어요.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고민이지요.

관계에 대한 고민, 미래에 대한 고민 말이에요. 사실, 어른들도 그렇거든요. 관계에 대한 고민, 미래에 대한 고민이요.


학생들의 관계와 어른들의 관계가 갖는 폭은 서로 다를 수 있지만, 각자가 가진 역량과 삶의 경험치를 바탕으로 생각한다면 그들 각자가 갖는 고민의 무개는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너는 쉬운 고민을 하고 있고, 나만 힘든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지요. 그것 또한 어떻게 보면 무지에서 나오는 교만이라는 생각을 해요.


상대의 삶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인정하지 못하고, 그것을 낮게 여기는 것이지요.


아이러니는 그런 교만이 자신의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들어요.




삶이 참 힘들다는 생각을 한동안 했었어요.

삶이 풀리지 않고, 계속 꼬이고, 벗어날 틈이 없어 보이고, 그러다 보니 답답하고, 하루하루에 변화가 느껴지지 않고 말이지요.

표정이 굳었어요. 세상 속에서 나만 이렇게 무인도 같은 곳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사람과의 관계도 없었어요.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내며 보냈었지요.

내게 주어진 환경을 감당만 하기에도 힘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일을 마치고, 집에 오고, 저녁을 먹고, 브런치에 글을 쓰기 무섭게 잠들고. 잠을 설치고, 힘들게 아침을 맞이하고, 출근을 하고, 반복된 일을 하고, 집에 오고, 저녁을 먹고.

그런 삶을 살았어요. 참 답답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친구와 저녁을 먹게 되었어요.

근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의 삶 또한 저와 크게 다를 것 없음을 알게 되었지요.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에서 그런 말이 있었어요. 살다 보면 내 삶이 구렁텅이에 빠져서 나 혼자 허우적거린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오는데, 그때 책을 읽으면, 그 구렁텅이에 나만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친구와의 대화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나만 구렁텅이에서 허우적거리는 건 아니라는 느낌 말이지요.

다른 지인들과 안부를 나누고, 근황을 나누며 우리 모두가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어요.




저는 무지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에요.

배우고, 공부하려 노력하는 사람이지요.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대화를 나누고, 글을 쓰면서 계속해서 배우려 노력하는 사람이에요.

무지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아이러니하게도 내 삶에서 느끼는 고통에 대한 내 관점에 거리를 만들어주더라고요. 그 거리가 주변을 볼 수 있게 만들고, 이런 구덩이에 나 혼자만 허우적거리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 주더라고요. 그러면서 내 삶을 더욱 의미 있게 하기 위해 발버둥 칠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 같았어요.


만약 제가 교만했다면, 저는 여전히 제 고통만 보고, 타인의 고통은 가볍게 생각하겠지요.

그들의 삶에 대한 이해의 시도가 없으니 말이에요.

무지에 익숙한 사람은 교만하기가 쉬워요. 그리고 교만은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고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지요.


무지를 인정하는 건 좋은 거예요. 그렇지만 자신의 무지를 자각하지 못하는 것은 결코 좋은 게 아니에요. 무지를 인정하세요.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려 노력해야 해요. 배우고, 공부해야 하지요. 자연스럽게 겸손한 사람이 될 수 있어요. 그리고 그런 겸손이 삶의 구렁텅이에서 우리를 건져낼 기회를 만들게 된다고 생각해요.


공부하세요. 공부해야 합니다. 배움에 익숙해지는 오늘이 되기를 바랍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부모의 그릇을 키워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