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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들때 Jan 05. 2023

[마음여행]1. 내가 한없이 초라하다 느껴질 때

'제법 나도 괜찮네~'라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왜 그런 날이 있죠. 내가 너무 형편없고 별 볼일 없이 느껴질 때요. 능력도 없고 성격도 엉망인 데다 얼굴이면 얼굴, 몸매면 몸매까지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럴 땐 꼭 나만 빼고 다들 너무 잘 났죠. 누구는 저렇게 근사한 남친(여친)이 있고 누구는 저렇게 좋은데 취직을 했으며 누구는 저렇게 멋진 곳을 팔자 좋게 놀러 다닙니다. 근데 나만! 이 가진 것 없이 초라하고, 내세울 것 없이 못난 나만 이 모양 이 꼴이라니! 너무 속상하고 괜히 억울해지면서 끝내는 우울해지고 마는 그런 날… 그런 기분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그 출처. 그걸 알면 우리가 조금은 덜 속수무책일 수 있고 더 빨리 그 나락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에요.


보통 이렇게 자신이 별로라고 느껴지는 기분, 심리학 용어로 지칭해보자면 자존감이 떨어지는 기분은, '그냥’ 그렇게 올 때도 있겠지만, 대체로는 그 앞에 뭔가 있을 때가 많습니다. 이를테면 애써 했던 시험공부의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쳤을 때, 친구가 나보다 다른 사람을 더 좋아하는 거 같을 때, 내 딴엔 좋은 일이라고 자랑했는데 엄마가 '옆집 애의 더 좋은 일'을 말했을 때 등등. 당장은 '그냥'인 것 같은 기분이지만, 찬찬히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 앞에 '그럴 만한 일이 있었다는 거죠.


그러니 그 ‘출처’란 놈을 물리치기 위해서 해야 할 첫 번째는 '그럴 만한 일’의 추적입니다. 우선은 심호흡을 크게 하고 찬찬히 생각해볼 시간을 자신에게 주세요. 대체로 자존감은 나는 부족하고 남들은 완전하단 생각이 들 때 낮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 몰라. 그냥 우울해'로 모든 걸 뭉뚱그려 버리면 너무 많은 실체 모를 적들(외모, 경제력, 가정환경, 성격, 능력, 대인관계 등)이 내게 덤벼와 더 오래 싸워야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금은 차분하게 '뭣 때문에 우울해'로 좁혀주세요. 그래야 때려잡을 놈이 한 놈으로 좁혀집니다.


두 번째는 추적해 낸 ‘그럴 만한 일’에서 내가 바랬던 것은 무엇인지를 찾는 겁니다. 예를 들어 내 딴엔 시험공부를 한다고 했는데 교수님은 A+는커녕 A도 아니고 B를 줬다면? 내가 바랬던 것은 ‘나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었지’를 찾아내는 거죠. 엄마가 나의 좋은 일은 가벼이 치부하고 옆집 애랑 비교하여 기분이 상했다면? 그런 말씀을 하시는 엄마는 엄마고, 내가 바랬던 것은 ‘좋은 일에 대한 축하와 격려였지’를 찾아내는 겁니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나보다 다른 사람을 더 좋아하는 거 같아 기분이 상했다면? 내가 바랬던 것은 ‘나를 더 좋아해 주는 내 편이었지’를 찾아내는 거죠. 다시 말해, 내가 충족되길 원했던 나의 욕구 말이에요.


세 번째는 바로 그 욕구를 충족시켜줄 방법을 빠르게 찾는 겁니다. 누가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요. 누가 대신 해주길 바라면 시간도 걸리고, 그 누구의 반응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 실망스러운 기분을 느끼기 쉽습니다. 그러니 지금 내 기분이 뭔가 바랬던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 우울하단 게 발견됐을 땐 그 욕구를 스스로 빨리 채워주는 게 중요합니다. 나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필요할 땐, 평소 같았으면 비싸 엄두를 못 냈던 음식을 스스로에게 사주는 거죠. 그러면서 '이 정도면 잘 한 거지'란 말을 스스로 해주는 겁니다. '이 정도면 나도 괜찮지'라는 말도요.


그게 스스로 해주는 걸로 확신이 안 들 때는 딱 원하는 그런 말을 해줄 만한 사람을 찾아 해달라고 하는 겁니다. 엄마가 안 해주면 아빠에게, 아빠가 아니라면 친구에게, 친구가 안 해주면 선배에게, 어느 누구도 마땅찮다 싶으면 그런 얘길 많이 해주는 유튜브 강의나 드라마를 보는 거예요.


그러면서 슬쩍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집중해 보세요. 내가 제법 이건 잘하네, 이걸 하니 조금은 재밌네,라는 작은 성취경험이 나를 나락에서 나오게 하고 나를 초라하게 만든 그놈을 저 멀리로 떨어뜨려 놓습니다. 어느새 그저 내가 해야 할 것들을 향해 담담히 움직이게 합니다.


이 글을 읽게 됐다면, 아마도 좋아하고 잘 하(고 싶어 하)는 것 중 하나가 여행일 당신에게, 특히 요즘 부쩍 나 자신이 초라하게 여겨져 우울해져 있는 당신에게, 기분 전환을 꾀하는 여행지 역시 조금은 '제법 나도 괜찮네~'라는 확신이 들게 만드는 코스로 선택하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이럴 때는 굳이 고생해서 간 여행지가 밋밋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있어 주저되는 곳이라면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상태에서 더 실망감을 얹을 필요는 없답니다. 반대로 약간의 용기가 필요해 언젠가로 미뤄놨던 곳이라면 이 참에 한번 도전해보시는 것은 좋겠어요. 이를테면 한 번은 해보고 싶었던 액티비티 체험 코스라든가, 한 번은 가보고 싶었던 둘레길 완주 코스라든가요. 물론 너무 무리가 되는 곳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요(중요합니다). 자, 그럼 그런 여행코스가 어디가 있을지, 정작가에게 들어볼까요?



자신감을 불어넣어줄 4가지 액티비티      

자신이 초라하거나 열등감이 느껴질 때, 조금 두렵거나 망설여왔던 액티비티에 도전해 볼까요. 자신을 스스로 격려하며 미션을 완수했을 때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활동적인 레저 스포츠 활동을 통해 우울하고 쳐져 있는 마음도 조금은 치얼 업 시킬 수 있답니다. 여러 가지 활동 중에서 자신의 취향과 흥미에 맞는 것을 골라보세요.        


1. 에너자이저 타잔이 되어볼까! 짚라인

타잔이 짚라인을 탄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나무줄기를 타고 다니는 것도 좋은데!” 하며 감탄하지 않을까 싶어요. 하늘 높이 뻗은 숲 위나 나무 사이를 케이블로 연결해 와이어를 타고 이동하는 친환경 어드벤츠인 짚라인은 푸른 자연 속에서 성취감과 자신감을 높여줄 수 있는 대중화된 레포츠랍니다. 특별한 교육이 없이도 누구나 쉽게 체험할 수 있죠. 호기롭게 탑승장에 올라도 막상 발을 떼려고 하면 누구나 주춤거리게 마련입니다. 결코 나만의 문제가 아니니 소심해질 이유가 없어요. 사실 처음이 어려울 뿐, 한 번 적응하면 그 속도감과 해방감에 자꾸만 타고 싶어 진답니다. 짚라인은 강원도부터 제주도까지 전국에 있습니다. 숲 속은 물론 바다 위에서도 탑승이 가능하죠. 취향에 따라 장소를 골라보세요.      


숲 속을 나는 즐거움, 짚라인 문경

불정자연휴양림에 있는 짚라인을 타고 숲을 누벼볼 수 있어요. 초중고 난이도에 따라 코스가 여러 개 운영되고 있습니다. / 경상북도 문경시 불정길 174 (T.1588-5219)     


줄 하나에 의지해 바다를 건너다, 대천 짚트랙

대천해수욕장에 있는 대천타워전망대에서 해변까지 600m가 넘는 거리를 직선 코스로 내려오죠. 동시에 3명이 탑승 가능하니, 같은 마음으로 고민하는 친구와 함께 도전해보면 어떨까요? / 전라남도 보성군 웅치면 대산길 330 (T.061-852-4434)     


녹차밭을 나비처럼 날아, 짚라인 제주

푸릇한 녹차밭 위를 사뿐히 날아오르는 기분은, 마음에 안고 있는 우울감을 사르르 날려 보내줍니다. 한라산을 향해 큰 소리로 서운했던 마음을 외쳐보세요. / 제주도 제주시 조천읍 선교로 117 (T.064-784-9030)     


2. 하늘을 나는 짜릿한 기분! 패러글라이딩

내가 하늘을 난다니, 평소에 생각이나 해봤을까요?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취미라고 여겨지는 패러글라이딩. 전혀 그렇지 않답니다. 누구나 쉽게, 게다가 편하게 체험할 수 있는 것이 패러글라이딩이랍니다. 그저 나도 할 수 있다! 는 용기만 있으면 된답니다. 이번 기회에 한 번 도전해 보세요. 하늘에서 찍은 인증샷을 프로필 사진에 넣으면 자신이 초라해지거나 누군가와 자꾸만 비교될 때, 그래! 나는 하늘도 날았던 사람이지, 자신감이 좀 더 생길거예요.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는 충청북도 단양과 경기도 양평, 강원도 영월과 제주도 등이 있습니다. 체력 조건이나 기술이 따로 요구되지는 않습니다. 전문가가 동행하여 2인 1조로 탑승하기 때문에 처음에 날아오를 때 함께 발을 맞춰 뛰기만 하면 될 뿐, 자신이 해야 할 것은 하나도 없죠. 지면을 딛고 공중으로 붕 떠오를 때의 기분이란! 하늘에 올라 새로운 세상을 마음껏 만끽하세요. 다시 땅에 내려설 땐 이전과 다른 자신을 만나게 될 거예요.     


단양 양방산

패러글라이딩에 적합한 지형과 기후 덕분에 양방향 비행기 가능한 곳이죠. 정상에 여러 개의 활공장과 연습장이 있어 많은 패러글라이더들이 찾는답니다.      


양평 유명산

국내 패러글라이딩의 대표 명소 가운데 하나죠. 패러글라이딩 대회가 개최기도 한답니다. 활공장의 고도가 높아 비행시간이 꽤 긴 편이니 마음 단단히 먹고 도전하세요~     


영월 봉래산

국내 최대 높이의 패러글라이딩 장소로 꼽히죠. 손때 묻지 않은 천혜의 자연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랍니다.      


제주도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제주도에는 여러 개의 활공장이 있는데요, 금오름과 군산오름, 함덕 서우봉 등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즐길 수 있어요. 워낙 바람이 많이 부는 섬이라 예약을 하고도 타지 못할 때도 있다는 것 잊지 마세요.     


3. 소심한 이들의 대단한 도전! 스카이워크

숲이나 하늘을 나는 일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스카이워크는 어떨까요? 전국 각지에 붐처럼 조성된 스카이 워크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큰 짜릿함을 맛볼 수 있는 남녀노소 누구나 체험 가능한 액티비티랍니다. 강이나 바다 위에 설치된 스카이워크는 바닥을 유리나 철망으로 조성해 물 위를 걷는 착각이 들기도 하죠. 발밑이 아닌 멀리 바라보고 걷는 다면 멋진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구요, 그러다 용기가 생기면 발아래를 내려다보세요. 아찔하지만 새로운 감각이 몸 안에서 피어오르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춘천 소양강 스카이워크

국내에서 가장 긴 스카이워크로 알려진 만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전체 다리는 174m인데 그중 156m가 투명 강화유리 구간이에요. 숨겨진 담력을 마음껏 펼쳐보세요. / 강원도 춘천시 영서로 2663    

 

단양 만천하 스카이워크

남한강과 소백산이 어우러진 수려한 경관을 품은 이곳은 타원형의 외관이 더욱 눈길을 끄는 곳이죠. 나선형 보행로를 올라간 끝에 공중에 뜬 스카이워크가 나타납니다. / 충청북도 단양군 적성면 애곡리 94     


정선 병방치 스카이워크

해발 500m가 넘는 절벽 끝에 튀어나온 스카이워크는 보통 담력으로 다녀오기 힘든 곳이죠.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하지만 고개를 들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는 순간, 두려움이 모두 잊힌답니다. /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병방치길 225     


4. 제주도 올레길, 한 코스씩 걷다 보면 어느새 완주!

걷기 여행의 시작이자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곳이 제주 올레길입니다. 해안과 산길을 넘나들며 섬을 온전히 한 바퀴 걸어 둘러볼 수 있기에 이런 타이틀이 붙었는데요, 무엇보다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옆도 돌아보지 않고 무작정 걷기만 할 게 아니라면 하루에 한 코스가 적당합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한 걸음으로 풍경도 감상하고, 잠시 쉬어도 가면서 여행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올레길 정식 루트는 21개 코스에 알파가 더해지는데요, 1코스부터 차례로 돌 수도 있지만 첫걸음부터 힘들기만 하고 재미없으면 쉽게 포기하게 되니까 걷기 좋고 풍경 멋진 코스들부터 완주해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답니다. 올레길 패스포트에 도장을 하나씩 찍어가다 보면 점점 전체 완주에 대한 욕심과 자신감이 붙을 거예요. 그럼, 첫 테이프를 끊기 좋은 5개를 소개해드릴게요.     


올레 1코스 시흥-광치기 / 15.1km 4~5시간

작고 아늑한 시흥, 오조리 마을과 성산일출봉 광치기 해변을 지나갑니다.      

올레 5코스 남원-쇠소깍 / 13.4km 4~5시간

남원큰엉을 거쳐 테우 체험을 할 수 있는 쇠소깍까지 이어집니다.     

올레 6코스 쇠소깍-서귀포 / 11.6km 3~4시간

쇠소깍에서 해안가를 따라 서귀포 시내까지 들어갑니다.      

올레 7코스 서귀포-월평 / 17.6km 5~6시간

올레길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주는 구간입니다.     

올레 19코스 조천-김녕 / 19.4km 6~7시간

돌고래를 만날 수 있는 푸른 바다가 끝없이 이어집니다.



* 정작가: 정은주 여행작가. 우연한 기회에 여행 기자가 되었다. 몇 년간 여행 신문과 여행잡지 『트래비』에서 기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니다 돌연 사표를 내고 1년간 캐나다로 떠났다. 이후에도 언제든 기회만 되면 집 밖을 떠돌 궁리를 했다. 지금은 취재차 들른 제주도에 반해 수년째 눌러살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캠핑카를 집 삼아 전국을 떠도는 게 꿈이다. 현재 다수의 매체에 글과 사진을 기고하고 있다. 저서로 『대한민국 커플여행 바이블』, 『제주가자』, 『차 없이 떠나는 제주여행 코스북』, 『교과서가 쉬워지는 제주여행』등이 있다. 모든 여행 사진을 전담하고 있는 남편과 함께 오늘도 '여행 중'이다. 여럿이 함께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유리바닥 밑으로 넘실대는 파란 강물. 잠시 아찔해지만 까짓, 남들 따라 한 발짝 가봅니다. 너무 무리되면 돌아오세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2021년 춘천 소양강 스카이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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