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들때 Feb 03. 2024

[대신쓰는 부모일기]0. 시작하며

늙은 엄마아빠에게 친절한 나+라를 바래봅니다.

노인들에게 친절한 나라가 되면 좋겠습니다.


우선 저부터가 바뀌어야 합니다.

부끄럽지만 전 팔순 넘은 아버지와 팔순이 코앞인 엄마가 뭘 물어보시면 불친절하기 짝이 없습니다. '오늘은 짜증내지 말아야지'란 처음의 다짐은 무색해지기 일쑤. 어느새 제 목소리는 커지고 부모님을 타박하고 있습니다. 파킨슨으로 다리가 불편해 바깥에 나가는데 상당한 결심이 필요한 아버지는, 지난 여름 선풍기 하나를 인터넷으로 사보기 위해 이토록 싸가지 없는 막내딸의 한숨을 몇번이나 들으셔야 했는지 모릅니다. 너무 오래도록 마음에 한이 서려 해도 해도 풀리지 않는 옛날 얘기가 불쑥불쑥 나오곤 하는 엄마는, 며칠 전 식사 자리에서도 "대체 했던 얘길 몇번이나 하냐"며 팩 말문을 막아버리는 막내딸의 구박에 얼마나 민망해지셨을까요. 


차라리 남이었다면 더 친절했을텐데 오히려 내 부모님에게 그렇게 불친절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있는 짜증 없는 짜증을 내고 뭐 한두개 해결해드리는 생색을 사방팔방 내고 제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딱 그만큼의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자책의 바다에서 한동안 허우적댑니다. 


비단 집에서만의 일일까요?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라도 하나 시킬라 치면 이젠 사람 대신 커다란 키오스크를 마주해야 합니다. 주유가 급한 도로에서 마주하는 주유소들은 셀프로 해야하는 곳들 일쑤입니다. 40대 중반인 저도 이렇게 불편을 느낄 때가 있는데 우리 부모님이 이런 걸, 그것도 혼자 계실 때 맞닥뜨리신다 생각하면 갑자기 아찔해지기도 합니다.


디지털 강국. 빨리빨리의 나라 대한민국은 어쩐지 노인들에게 더 불친절한 사회가 되어가는 것만 같습니다. 

이 글은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노인들에게 조금이라도 친절한 나라를 꿈꾸며 저와 주변, 사회 구석구석의 작은 것들이 어떻게 노인들을 대하고 있는지, 발견되면 물어지고 답해지면서 기록하고자 합니다. 


아니, 괜스레 거창해졌을 뿐 사실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40대 딸이 80대 아버지와 70대 어머니와 함께하는 일상의 기록입니다. 뒤늦게 여쭤볼 걸 후회하고 싶지 않아 미리 담아놓고자 하는, 실상은 지극히 이기적인 자식의 열망으로 시작하는 82세 그, 78세 그녀의 이야기입니다. 도합 160년 인생의 대필이자 찬사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마음여행]6. 내가 이상하다 느껴질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