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스토킹해주련?
*이것은 빼박 노견의 대열에 합류한 13살 갈색 푸들 '단지'와 함께 하는 일상의 기록. 그리하여 지극히 사적이고 대단히 편협한 시리즈.
여느 반려견 못잖게 단지도 나의 스토커다. 여기 가면 여기로, 저기 가면 저기로. 졸졸 쫓아 다니는 스토킹은 낮밤 없이 한결같았는데 최근 들어 부쩍 그 스토킹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주로는 밤 10시쯤, 그리고 가끔은 깊은 밤 2~5시 사이다.
그러니까 10시는 규칙적인 우리 개님께서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다. 내가 급격한 체력 고갈로 10시면 침대로 가기 시작한 게 어언 7~8년 되었으니 그 때부터 단지도 자연스레 침대 발치 제자리에 눕게 된 거다. 하지만 나라고 일년 365일 내내 10시에 잠드는 것은 아니다. 때론 논다고 11시에, 주말이면 12시에 자기도 하니 그 때마다 단지 역시 스토커답게 내 옆에 있는 게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이게 웬일. 얼마 전부터 단지는 10시만 되면 자꾸 힐끔 힐끔 나를 쳐다보다가도 내가 꿈쩍하지 않으면 쓱 침대로 가버리곤 한다. 뒤따라 가보면 이미 침대 한 가운데에 자리 잡고 누워설랑은 눈알만 굴린 채(몸 돌리기도 귀찮다, 이거지) '뭘 봐?!' 하며 쳐다만 본다. 낮에 먹은 커피로 그만 새벽 2~3시쯤 잠이 깨버려 도통 다시 잠들 기미가 안 보이면 '에라~'하고 내 방으로 건너가 책을 읽거나 글을 끄적일 때가 있다. 이 때도 이전엔 어김없이 쫓아와 발 밑에 꽈리 틀더니만, 이젠 쫓아오지도 않거니와 1~2시간 뒤 다시 침대로 가면 오든 말든 코 골며 자고 있기도 일쑤다.
와, 그 때 느껴지는 묘한 배신감이라니. 있을 땐 귀찮다가 없을 땐 허전한 것이, 과장 좀 보태자면 마치 '나쁜 남자'와 같달까. 물론 그 배신감은 오래 가지 않고, 이내 그럴만 하단 이해와 받아들여야 하는 안타까움으로 바뀌긴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단지 나이 13살. 사람으로 치면 암만 어리게 잡아도 60대는 훌쩍 넘은 셈이다. 그보다 훨씬 어린 40대 후반인 나도 몸 아프고 피곤하면 사랑이고 우정이고 의미고 나발이고 다 귀찮고 그저 옴짝달싹 안 한 채 누워만 있고 싶으니 말이다.
그러니 배신은 배신이고, 결국 읖조리게 되는 거다. "단지야~ 조금만 더 스토킹해주라"라고. 그렇게 천천히 늙으라며, 점점 말라가는 회색코, 살짝 뿌얘져가는 말간 눈을 앞에 두고 말도 안 되는 읍소를 해보게 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