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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 공책 Feb 28. 2018

베댓이 슬겁지 않아

댓글판과 군중심리

밴드왜건에 올라탔기에 평범했던 개인은 금새 유명인이 된다



멀리

  파로 줄지어있는 모습 속에서 선두인 밴드왜건(bandwagon)이 보였다. 먼저 밴드왜건에 올라탄 사람들은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모두 격앙돼 있었다. 어떤 이는 방방 뛰었고 어떤 이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찍었으며 또 다른 이는 지인들과 영상통화를 시도했다. 밴드왜건(악대차)이라는 시류에 편승한 사람들의 흥분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들은 선두에 서지 못한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인터넷상에 꾹꾹 눌러 써지는 많고 많은 벌레들



  드왜건에 탄 사람들과 그들을 구경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비단 퍼레이드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인터넷상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인터넷 콘텐츠라는 퍼레이드 앞에 베스트 댓글은 선두 밴드왜건을, 그 외의 댓글들은 퍼레이드에 적극적인 참여한 사람들을, '좋아요'와 '싫어요'에 표시된 숫자는 군중의 모습을 보여준다. 단지 인터넷 세계에서 완성돼가는 퍼레이드는 아름답지만은 않다.






익명성이 일상화된 사회



  터넷상의 개인들은 익명성이라는 가면을 통해 도덕성과 책임감을 회피할 수 있다. 그들은 익명성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피력한다. 이들이 쓴 댓글은 단순한 의견을 넘어 집단 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개개인의 정치적 욕망과 결합하며 구경꾼들의 심리를 자극한다. 그로 인해 댓글판에서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비난의 댓글이 베스트 댓글이 되기 십상이다.






자유를 위한 익명성인가, 고립을 위한 익명성인가



  댓글판은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를 증명하는 현장이다. 한 번 베스트라는 라벨을 정해서 댓글에 붙이면 검증하지 않고 확신해 버리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성으로 읽어야 할 텍스트를 감정으로 읽고 망설임 없이 흥분된 감정으로 써 내려가는 이들은 성난 폭도와 같다.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 속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결론이 정해진 인민재판은 진행되고, 그 사이에 정말 확인되어야 할 진실은 표면에서 사라진다. 때마침 귀스타브 르 봉은 말한다. "군중은 이렇게 나쁘고 저렇게 나쁘다. 그러나 이 점을 권력자들이 잘 활용할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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