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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 공책 Mar 17. 2018

그날이면 어김없이 감수성이란 녀석이 찾아온다

나는 무엇을 착각하고 있는가

  해에도 어김없이 3월의 어느 날은 불쑥 찾아온다. 이제는 더 이상 앞날을 걱정하며 살고 싶지 않다는 목소리를 귀에 담아두었던 그날, 가슴으로 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처음으로 알게 됐다. 언제나 함께 옆에 서서 걷고 싶었지만 서로가 살아가는 세계는 각자에게 너무나 달랐다. 그리고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신분제는 정말 사랑했는지 모르겠다는 더할 나위 없는 명목으로 관계의 단절을 정당화했다.


  어쩌면 사랑이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한 사람과 다른 모든 사람들 간 차이의 심각한 과장일지도 모르겠다.



늘 같은 자리를 도는 것 같아도 늘 다른 시간에 살고 있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 할수록 빈곤이란 사랑마저 변하게 하는 아주 멋진 개념으로 자리 잡는다. 이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근사한 일. 어느 명절날, 영화를 공부하고 싶다던 조카의 입에서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돈만 벌고 싶다'는 말을 하게 하는 아름다운 말. 돈은 곧 현실이다.



어떤 이는 안개비보다는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비가 있다지만 나는 본 적이 없다  /  변하지 않는다는 사랑처럼



  이 사회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공평하지 않은 세상사에 익숙해지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어차피 공평하지 않는 인생이라면 자기 분수에 맞게 위를 보지 않고 아래를 보며 위안을 얻고 옆을 보며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하면 성숙한 사람인 거다. 이 사람은 드디어 한 사람의 몫을 하는 거다. 그런 점에서 아직 나는 성숙한 사람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아직 나는 철딸서니가 없다. 그런 점에서 안정과 명예가 보장된 삶의 그 사람은 정말 현명한 선택을 한 거다.


  수년 전의 3월의 어느 날은 내 삶의 방향을 재점검하게 한다.



나는 무엇을 착각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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