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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 공책 Mar 23. 2018

어디까지 솔직해질 수 있니

시시콜콜한 삶의 이야기

존재 자체로서 삶의 의미는 없다 /  단지 소유하는 삶만 있을 뿐이다



  게 있는 시간을 게임을 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게임에서 내세울 만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현실을 회피하고 싶어서 내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뿐이다. 가진 것 없는 현실을 피하고 싶어서 말이다. 소유하면서 살아가는 삶이 내 존재의 목적이지 않은가.


  잘 생각해봐야 한다. 가진 것은 있다. 언제나 나를 지지해주는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버지. 동생이 있고 육체의 건강함이 있다. 망가진 시력을 보완해줄 안경이 있고 갈아입을 여벌의 옷이 있다. 생면부지의 이를 도울 수 있는 푼돈이란 마음의 여유도 있다.


  아니 더 잘 생각해봐야 한다. 자는 것, 먹는 것, 입는 것, 즐기는 모양새를 갖춘 모든 것을 부모에게 의지한다. 이것은 독립적인 삶이 아니다. 소유의 삶이 아니다. 한평생 부모를 의지하며 산다지만 재정적으로 독립해야 할 나이에 함께 산다는 것은 스스로가 생각하는 답답함이자 한심함이다.



굶주린 백수의 왕은 언제나 사납고 예민하다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답답함 속에 한동안 집에 머물던 때였다.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돈이 필요했다. 그 사람, 빌 게이츠도 말하지 않았던가 행동을 변화시키려면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고..... 어쩔 수 없이 그놈의 돈을 빨리 마련하기 위해 공장에 갔다.


  통장에 돈이 쌓이고 공장일은 점점 익숙해질 무렵, 일하고 있는 스스로가 자랑스러우면서도 한심하게 보였다. 지금은 구속된 어떤 이들처럼 타인을 속이지 않고, 정직한 노동을 통해 제 몫을 취하는 일은 보람 있었지만 반복적이고 단순한 일을 하는 동안에 스스로가 점점 바보가 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노동자의 권리를 외치면서도 노동을 하고 있는 스스로에게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다니 우스운 일이었다.


  돈을 버는 것을 그만뒀다. 통장에 0이 늘어가는 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내 마음은 너무 힘들었다. 애초에 낯선 곳에 자신을 던지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가지고 있는 돈을 털어 해외에 나갔다. 관광책자에 실리지 않은 길을 찾아 돌아다니고 생전 처음 해보는 일들을 하며 처절하게 이방인으로 살았다. 이방인이었기에 외로웠지만 자유로웠다.


  이방인으로 사는 중에 나에 대해서 조금 더 잘 알게 됐다. 어느 때든지 어느 곳에 있든지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글을 쓸 때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였고 한편의 글이 마무리될 때면 예상하지 못한 상이라도 받은 것처럼 커다란 성취감 속에 살았다. 행복했다. 그리고 즐거웠다.


  기회라고 해야 할까 좋은 조건으로 국외에서 돈을 벌며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다. 하지만 단칼에 포기했다. 국내를 떠나서 사는 삶도 하나의 선택이겠지만 내게 있어서는 현실을 도피하는 선택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현실이라는 무자비한 발에 밟힌다 하더라도 꿈틀거리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겠노라고 다짐하고 한국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


  내게 있는 시간을 게임을 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게임에서 내세울 만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현실을 회피하고 싶어서 내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뿐이다. 가진 것 없는 현실을 피하고 싶어서 말이다. 소유하면서 살아가는 삶이 내 존재의 목적이지 않은가.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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