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된 도로 위의 이야기
라면을 사는 자도
라면을 파는 자도
모두 덫에 걸렸다
어렵게 구한 라면 네 젓가락에
씁쓸한 후회감이 밀려와도
배고플 때면 쉽게 먹을 수 있는
라면이, 제일 먼저 생각났다
라면만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아는데
배고플 때면 손이 많이 가는 다른 음식보다
간편한 라면. 이 맛 저 맛의 라면을 찾게 됐다
하룻날 배고픔에 라면을 찾는 사람들이 보인다
다음날 인스턴트 라면을 파는, 오성급 호텔의 셰프들이 보인다
가스와 휴대용 버너
냄비와 물
젓가락과 숟가락
가끔
계란과 파
라면을 끓여서 파는 것은 매우 간단했다
셰프의 이름이 자괴감에 짓눌려도
아쉬울 때면 쉽게 팔 수 있는
라면이, 제일 먼저 생각났다
눈에 불을 켜고
사고 사고 또 사고
눈을 꽈악 감고
팔고 팔고 또 팔고
라면을 사는 자는 건강을
라면을 파는 자는 이름을
잃고 잊고 있었다
조용히 또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