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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 공책 Mar 15. 2019

기묘한 이야기

차가운 열등감 이야기

  분이 묘하다. 지인의 부탁으로, 서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서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을 추모하는 영상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진을 받았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사람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크기도 화소도 뒤죽박죽인 작은 사각 프레임. 그것을 넘기면 넘길수록 그 사람의 자리에는 어느새, 따뜻한 그가 서있었다.


  무슨 일로 사진으로 밖에 대면할 수 없었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다음 장이 마지막인 그의 모습은, 100세 인생을 논하는 세계에서 아직은 젊은 축에 속한 꿈이 많은 이처럼 보였다. 개구쟁이처럼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조용히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눈물이 나온다. 사진은 양파처럼 매웠다. 아니 양파보다 더. 더 많이 매웠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잠드는 순간까지 정말 행복했으리라. 빌어먹을 눈은 따갑게 눈물을 흘리고 가식에 찌는 입은 절로 빙그레 웃는다. 한 사람의 삶을 보는 것이. 인생의 파편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토록 슬프고 행복한 기분이 든다는 걸 알아간다.


  3분 남짓 그의 인생이 지나가고, 먹먹한 가슴은 문장으로 시간을 달랜다.


  배타적이지 말자. 먼저 손을 내밀고 끝까지 응원하자. 때로는 기다려주고 내민 손을 뿌리치지 말자.


  글은 참 쉽지. 아는 거랑 아는 대로 사는 게 다른데 어차피 후회로 가득한 이야기만 가득 늘어놓을 뿐이겠지.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아파서, 기대오면 피하고 다가오면 위협하는, 상처가 가득한 사람. 그런 사람이, 따뜻한 그에서 차가운 열등감을 느낀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 끝날 줄 모르는 나와 나의 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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