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열등감 이야기
기분이 묘하다. 지인의 부탁으로, 서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서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을 추모하는 영상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진을 받았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사람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크기도 화소도 뒤죽박죽인 작은 사각 프레임. 그것을 넘기면 넘길수록 그 사람의 자리에는 어느새, 따뜻한 그가 서있었다.
무슨 일로 사진으로 밖에 대면할 수 없었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다음 장이 마지막인 그의 모습은, 100세 인생을 논하는 세계에서 아직은 젊은 축에 속한 꿈이 많은 이처럼 보였다. 개구쟁이처럼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조용히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눈물이 나온다. 사진은 양파처럼 매웠다. 아니 양파보다 더. 더 많이 매웠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잠드는 순간까지 정말 행복했으리라. 빌어먹을 눈은 따갑게 눈물을 흘리고 가식에 찌는 입은 절로 빙그레 웃는다. 한 사람의 삶을 보는 것이. 인생의 파편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토록 슬프고 행복한 기분이 든다는 걸 알아간다.
3분 남짓 그의 인생이 지나가고, 먹먹한 가슴은 문장으로 시간을 달랜다.
배타적이지 말자. 먼저 손을 내밀고 끝까지 응원하자. 때로는 기다려주고 내민 손을 뿌리치지 말자.
글은 참 쉽지. 아는 거랑 아는 대로 사는 게 다른데 어차피 후회로 가득한 이야기만 가득 늘어놓을 뿐이겠지.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아파서, 기대오면 피하고 다가오면 위협하는, 상처가 가득한 사람. 그런 사람이, 따뜻한 그에서 차가운 열등감을 느낀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