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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우인의 기억법

by 인디 공책
4일커피.jpg 닷새 - 우인의 기억법



도대체 '나'는 뭘 하고 있는 걸까. 이미 모든 것이 다 삭제됐다. 이제 별을 떠올릴 수 있는 거라곤 '기억의 단지' 밖에 없다. 불현듯 흐려진 별에 대한 기억의 더미 사이로 왜 이렇게 아파하며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다고 어째서 그 사람을 이토록 그리워하는 걸까. 우인이다. '나'는 정말 어리석은 사람이지 않은가.


별이 풀에게 해준 것은, 아무 노래 챌린지를 보고 따라서 춤을 추며 바보처럼 이를 드러내 웃고 있는, 서로의 모습을 선물한 것밖에 없지 않았던가.


별이 풀에게 해준 것은, 헤어진 마당에 충수염 수술로 입원한 풀을 위해 지역에서 제일 유명한 빵집에서 직접 먹어봤던 맛빵을 사들고 차로 40여 분이 넘게 걸리는 초행길을 초보운전 딱지도 떼지도 못한 차를 몰고 왔던 것밖에 없지 않았던가.


별이 풀에게 해준 것은, 시큼한 오렌지를 먹고 일그러진 풀의 표정을 보면서 귀엽다며 두 볼을 꼬집고 해맑은 웃음소리를 들려준 것밖에 없지 않았던가.


별이 풀에게 해준 것은, 감정 표현이 서툴러서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수줍은 계란 프라이 위에 케첩으로 하트를 그리고 사진을 찍어서 풀에게 보낸 것밖에 없지 않았던가.


별이 풀에게 해준 것은, 풀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았는데 정작 본인은 풀을 충분히 사랑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충분한 사랑으로 전해준 것밖에 없지 않았던가.


별이 풀에게 해준 것은...

별이 풀에게 해준 것은...

별이 풀에게 해준 것은...

별이 풀에게 해준 것은...

별이 풀에게 해준 것은...


우인이다. '나'는 정말 어리석은 사람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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