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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나흘

자의식 과잉

by 인디 공책
스무나흘 - 자의식 과잉



외롭다

위로받고 싶다


왜 위로받고 싶은가


당연한 것을 왜 묻나 외롭기 때문이다


외로우면 위로받아야 하는가

내가 알기로는 모든 사람들은 다 외롭다

모든 시대의 사람들이 외롭지만 특별히 현대인들에게 심하게 나타난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너도 현대인이다


나도 안다

다만 나의 외로움이 특별하다고 믿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외로움을 경험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위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위로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다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 줌이라는 뜻을 가진 명사였다

여기서 궁금한 것이 생겼다

네게 외로움이란 어떤 것이냐는 부분이다

도대체 너의 외로움이 무엇이길래 위로가 필요하다고 하는가


아까부터 바보 같은 소리를 한다

외로움의 사전적 의미는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을 말한다

홀로 되었다는 것이다

내리막 길을 가는 자전거의, 블레이크 중 하나가 끊어졌다는 말이다

홀로 되어본 적이 있는가

홀로 있을 때의 오감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이것은 괴로운 것이며 슬픈 것이다


나는 늘 혼자였다

네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아니 너는 혼자가 아니었다

다만 너 스스로에게 정직하지 못할 뿐이다


이번에는 네가 바보 같은 소리를 한다

나는 너의 자의식 과잉으로 만들어진 공상의 존재일 뿐이다


나도 안다

그래도 너는 나이지 않은가

너도 외로운 존재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치자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자

외롭다는 것이 괴롭고 슬픈 일이어서 위로가 필요하다는 사실까지는 잘 알았다

홀로 되지 않을 때, 다시 말해 외롭지 않았을 때는 위로가 필요하지 않았나


역사적으로 인간이 만든 이야기의 대부분은 자기의 짝을 찾는 과정의 서사다

물론 혼자서 살아가도 무리가 없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라는 존재는 혼자서 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편, 나는 삶의 의미가 사랑에 있다고 생각했다

가족, 친구, 이웃, 동료, 민족, 인류, 동물, 자연과 지구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며 사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방법들이 저마다 다르기에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사랑하는 대상이 다르기에 목적으로 있어야 할 가치들이 수단으로 변하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예로 돈을 사랑하면 인간의 목숨도 돈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인간이 인간을 향한 인질극을 벌이는 것도 당연한 일이 된다

뭐 거창한 듯 이야기했지만 부모를 떠나 처음 이루는 가정에서 의미의 싹을 틔우고 싶었다

결혼이라는 제도를 부정하든지 하지 않든지 사랑이라는 감정과 서로에게 진 의무로 한 사람과 삶의 의미를 실현해가고 싶었다

가정의 의미를 발견하며 확장시키고 싶었다


말을 끊어서 미안한데 말이 길다

그리고 쓸데없는 말소리다

내가 묻고 싶은 말은 커플이었을 때는 위로가 필요 없었냐는 물음이었다


아 말이 길어서 미안하다

물음의 답을 하자면 외롭지 않기도 했고 외롭기도 했다


무슨 대답이 그런가


내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와 함께 있을 때는 마냥 좋았다

사랑으로 충만하다는 말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했다

사랑을 주제로 하는 노래의 허무맹랑한 가사들이 이해가 됐다

정말 밤하늘의 별을 따다가 주고 싶었다

실제로 그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노력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노력이라는 의지가 아니라 자연스러움을 발견하게 되더라

그 사람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나에게 처음 배웠다고 했다

그런데 나를 향한 그 사람의 감정이 깊어질수록 고민하는 모습도 지켜보게 되더라

지금 당장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을 때 외롭더라

그 사람을 근심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내게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외롭더라

언제 헤어지더라도 이상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때면 외롭더라


이러니 저러니 말을 많이 했지만 정말 못난 놈이다

안심시켜줘도 모자랄 판에 말이다


그래 네 말이 맞다

내가 무슨 변명을 하겠는가


알았으면 얼른 다른 공모전이나 준비하라

세상에 노력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만 외로워하고

어디 사연 없는 사람이 한둘이겠는가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래도 아프다


스무나흘이 지나도 끝까지 지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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