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길의 발걸음
선상 카페, 의자에 앉아 가만히 흔들림을 느낀다. 신종코로나의 여파 때문인지 카페 안에는 손님이 없었다.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조용한 걸음의 여정을 정리했다.
바람이 넉넉히 부는 날, 어쩌다 공원을 향해 걸었다. 걷다가 쉬다가 보다가 또다시 걷다가 수풀이 고개를 숙일 때면, 어쩌다가 한 번씩 아카시아 향이 마스크를 뚫고 코끝에 머물렀다. 해가 지날수록 엷어져 가던 꽃의 존재감이, 올해는 더 진해져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여름을 걸었다. 낙엽을 밟고 가는 가을 길도, 눈을 밟고 가는 겨울 길도 아닌데 비 온 뒤 갠 하늘 아래를 걷는 평범하게 그지없는 이 여름 길이 유난히도 싱그러워 뭉뚝한 마음을 들뜨게 했다.
예상에 없던 햇살의 입맞춤으로,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아카시아 향의 엷은 미소는 입가에서 떠나줄 몰랐다.
보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보고 있었다. 오리가 나를 보고 있었고 나도 오리를 보고 있었다. 나무가 나를 그네들의 방식으로 보고 있었고 나도 나무를 보고 있었다. 강아지가, 사람들이, 자전거가, 바닥이, 카메라가 나를 그네들의 방식으로 보고 있었고 나도 그들을 보고 있었다. 그네들을 보는 모든 순간들이 내 세계의 착각이었다. 착각의 자유가 세상을 경험하게 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랐다.
카페에서 음료를 이미 이용했음에도 물은 사먹어야 하는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조금 더 친절하게, 조금 더 침착하게 상황을 넘긴다.
"아 네 알겠습니다."
다시 공원을 향해 길을 떠난다. 타는 목마름으로 행복의 공원, 언저리에 있는 음수대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