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정원에서의 아침
요사이 신경이 부쩍 예민해졌다. 평소라면 웃어넘길 일들을, 어제오늘 감정으로 읽고 갈등으로 받아내기 바빴다. 다정함과 친철은 체력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지 않았던가. 아무래도 근래 두 달 동안 체중이 9kg 줄어든 탓인듯했다.
예민의 조짐이 보일 무렵, 처음으로 옥상에 올라갔다. 어쩌다 이별을 했고, 어쩌다 씨앗을 심었고, 어쩌다 옥상 정원 모퉁이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어쩌다 타인의 정원에 편입되었고, 이렇게 어쩌다 옥상 정원에 가게 됐다.
옥상 정원으로 가는 길은 실로 단순했다. 한없이 가벼워진 몸을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계단에 던지다 보면 그만이었다. 그러다 가끔은 화분이며, 구두며, 옥탑방 그림자며...... 그 어느 것 하나 애착이 가지 않았는데 그네들을 향해 이리저리 눈길을 한가득 줄 때가 많았다.
정상에 올랐다. 작은 정원이 보였다. 에두르지 않아도 주인의 마음을 어쩐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푸른 숨통들과, 그 옆에 용케 살고 있는 녀석들. 꽃을 피우기 위해 사는지, 심어졌기 때문에 사는지,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 위로 떨어지는 물 때문에 사는지 모를 놈들이 자랐다.
그것을 지켜보는 일은 소소한 아침의 일상이었다. 생의 의지에 응하는 것인지 갈증의 삶을 연장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아침이면 놈들의 머리 위에 물을 뿌렸다. 이것을 지켜보는 일은 아침의 소소한 일상이었다.
옥상 정원에서의 아침이 끝났다. 슬리퍼를 끌며 지하로 내려갔다. 나도 내게 물을 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