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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 공책 Jun 27. 2018

피터에게

안녕 피터, 여기는 아직 한국이야


아름다운 기억을 망각할 수 있다면 조금 더 자유로울 텐데



안녕 피터, 나야 나라

한국에 온 지 6개월이 지나고 있어

너와 함께 오르던 그날의 길들이 그리워

먹을 거라곤 몇 조각의 쿠키밖에 없었는데

씻지도 못한 얼굴로도 편히 웃을 수 있었지

사실 산을 좋아하는 네게 자랑하고 싶은 게 있었어

그냥 혼자서 안나푸르나산을 보고 왔었거든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고개 너머로 마을이 보이고

느닷없이 나타난 하얀 산 앞에서 눈물을 흘렸었지

와 정말 너무 아름다웠고 너무 아름다웠어

피터, 피터, 피터. 그건 단지 아름다운 기억이었어

백발인데도 시간의 부자인 너를 닮고 싶었는데

어쩌면 이게 마지막인지도 모르겠다

안녕 피터, 여기는 아직 한국(恨國)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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