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피터, 여기는 아직 한국이야
안녕 피터, 나야 나라
한국에 온 지 6개월이 지나고 있어
너와 함께 오르던 그날의 길들이 그리워
먹을 거라곤 몇 조각의 쿠키밖에 없었는데
씻지도 못한 얼굴로도 편히 웃을 수 있었지
사실 산을 좋아하는 네게 자랑하고 싶은 게 있었어
그냥 혼자서 안나푸르나산을 보고 왔었거든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고개 너머로 마을이 보이고
느닷없이 나타난 하얀 산 앞에서 눈물을 흘렸었지
와 정말 너무 아름다웠고 너무 아름다웠어
피터, 피터, 피터. 그건 단지 아름다운 기억이었어
백발인데도 시간의 부자인 너를 닮고 싶었는데
어쩌면 이게 마지막인지도 모르겠다
안녕 피터, 여기는 아직 한국(恨國)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