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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 공책 Jul 05. 2018

F 이야기

F. 그리고 A 이야기.

누가 뭐라고 해도 아직 인생이란 책장을 넘기지 않은 네가 정말 아름다운 거야. 바보야.



  디서부터 시작해야 될까. 이야기는 한 여성이 작은 지방에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녀의 이름은 F. 꿈을 향해 달리다가 지친 그녀는 베르나르 배르베르의 나무를 손에 들었다. 하지만 전화가 왔고 쉼을 얻을 공간과 시간이 마땅치 않았다. 이번에는 어떤 인간이 부르는 걸까.


  F는 사장으로부터 한 이야기를 들었다. "젊은 삼촌이고 착한 삼촌이래". F는 위로한답시고 한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런 손님이 한둘이었나. F는 자신의 자아를 핸드폰 속에 꼭꼭 숨기고는 보도장에게 소중히 맡겼다.


  비가 진득이 내리는 중에 보도장의 차가 한 골목 앞에서 멈췄다. F는 차에서 내렸다. 빗소리가 거셌지만 F의 마음 한구석을 휘지고 있는 것은 업소 바로 옆에 있는 모텔 가게였다.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름의 각오를 다지는 중이었던 F의 마음이 심란해지기 시작했다.


  신입의 F는 사오십 대 아저씨들의 취기 어린 언행들을 받아들일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이제 갓 스무 살이었을 뿐이었다. 어느 사업장을 가든지 아기라는 소리를 듣고 있던 터였다. F는 아기라는 소리에 반반의 마음을 갖고 있었다. 아직 순수함을 이야기해서 좋았지만 무시하는듯한 발언이 좋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F에게는 꿈이 있었다. 그녀의 꿈은 심리상담가가 되어 엄마처럼 아픈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었다. 결혼에 대해 절대 반대하는 어머니의 소망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던 F였다. "엄마, 나는 엄마가 결혼해서 낳은 핏줄인데. 나는 어떻게 생각하며 살아야 되는 거야?". 나는 저주의 열매인가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치던 찰나에 손님이 있는 방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 F였다.


  F는 손님을 보며 생각했다. 딱 봐도 손님은 A였다. 나름 평균 이상의 외모를 가진 어느 술집의 웨이터 같은 인상의 남성이었다. 당황스럽다. 아직 30대 초반의 남성을 손님으로 맞아본 기억이 없던 F였다.


  F는 A를 보며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자기를 뚫어지게 보며 되지 않은 윙크를 보낸 아저씨들은 있었어도 자기를 보지 않고 노래만 부르는 사람은 처음 본 터였다. A는 자신이 술을 따라서 마셨다. 아니 외국에 갔다 왔다는 허세를 부리며 병째 마셨다.


  F는 A를 신선하게 바라봤다. F의 눈에는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 앉아있을 뿐이었다. 나이는 먹을 대로 먹었다는데 감히 나이가 짐작 가지 않는 사람이라고 F가 생각할 때 즈음에 A가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F는 그저 신기했다. 각오를 다지고 시작한 이 일 앞에서 문과였던 자신과 같은 취향의 사람을 본 것이었다. 한참을 노래를 부르던 A가 멈춰 서서 F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F는 A의 질문에 조금씩 답변했다.


  A는 F에게 자신의 상처를 이야기했고 F는 어느새 자신의 고백을 밝혔다. A는 F를 보며 아니 F의 대상을 보며 감사한 마음을 이야기했다. F는 그것이 너를 향한 배려이고 그것이 네 뜨거움의 가치라는 A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웃어넘겼다.


  F에게는 이 모든 것이 일. 단지 일이었다. 아직 일이 끝나기까지 4시간이나 남았던 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이 F에게 남아있었다. 이것은 모를 일이었다. A는 새벽. 그 퇴근 시간까지 함께 하기를 원했지만 F는 보도장의 전화를 받고 결단했다.


  2시간. 그 이상 있어서 좋은 일이 없다는 철칙을 믿고 있는 이 업계의 손들은 F를 불렀고 A로 하여금 헤어짐의 인사를 하게 만들었다. F는 A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만 신기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했다. 끝까지 A는 F에게 손을 되지 않았다.


  F는 생각했다. 진짜 성소수자인가라며 말이다. 비는 내렸고 F의 시간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었다. 바보 같은 스타렉스는 엔진을 멈추지 않고 비를 가를 뿐이었다.










P.S - 우습게도 F는 퇴근길에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그리고 F는 저도 모르게 김0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예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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