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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 공책 Jul 07. 2018

A. 그 못다 한 이야기

A. 그리고 F 이야기

  A는 긴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쓸어 넘기며 일어났다. 그리고 그는 잠시 목덜미를 잡고 생각했다. '머리가 아프다 도대체 술을 얼마나 마신 거야'. 침대를 옆에 두고 바닥에서 자는 A의 버릇은 여전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이 그의 안경과 스마트폰이 책상 위에서 발견된 것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A. 그는 다시 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자신의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난 A의 기억은 가물가물했다. 늦은 밤, 비를 핑계 삼아 들어간 곳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혼자 술을 마시고 누군가와 대화했다는 사실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다음은 기억하지 못하는 A였다. A는 팅팅 부은 눈을 비비며 불안감에 살짝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의 확인하기 시작했다.


  메모하는 습관은 A가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장점 중에 하나였다. 오랜 솔로 생활로 혼잣말이 습관이 된 A가 갈아진 목소리로 A가 A에게 남긴 메모를 읽었다.


"자신이 페북 스타라며 내 글을 공유해 준다던 그녀가 너무 고맙다. 화장품 모델을 했었다는 그 친구의 배려 앞에 이 마음이 또 흔들린다. 그러고 보면 난 같은 하늘 아래 반짝이는 삶을 살고 있는 그분을 사랑하지 않았었나 보다. 그녀의 말을 다시 되새기자. 한 번도 안 가서 앞으로도 가지 않을 사람은 있어도 한번 가서 앞으로 가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 친구의 말이다."


  아무도 없는 방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A가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A의 기억은 A가 메모를 읽은 기점으로부터 더욱더 선명해지고 있던 터였다.


  A는 F의 이름을 모른다. F도 A의 이름을 모른다. 지나가는 인연이라고, 이런 인연을 만든 스스로가 바보 같다고, 같은 공간에 있는 또 하나의 인격에게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고, 그런 이유로 조용히 노래만 부르다가 가려고 했던, A의 고의적인 행동의 결과였다.


  A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설마 하는 생각으로 자신이 소설을 올리고 있는 N 사이트에 접속했다. 츤데레 같은 성격의 A가 거친 입을 열었다. "젠장." 확실히 미덥지 못한 글들의 공유 수와 조회 수가 증가했던 것이었다.


  A는 F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A는 F를 이름도 모르며 얼굴도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겨울 왕국의, 안 나의 미소처럼 밝고 호기심이 가득한 미소의 소유자였다고 기억할 뿐이었다.


  A는 F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F에게 자신의 미덥지 못한 글 말고 더 멋진 분들의 글들을 소개해주고 싶었다. 시작은 동화로 '꽃들에게 희망을' 같은 책들 말이다. 하지만 A는 F에게 연락을 취할 수 없었다. 아이디를 확인할 수 없을뿐더러 F가 남긴 말 때문이었다.


'한 번도 안 가서 앞으로도 가지 않을 사람은 있어도 한번 가서 앞으로 가지 않는 사람은 없죠'.


  A는 F가 내린 결론에 지고 싶지 않았다. 전과 같은 방식으로 F를 찾게 된다면 A 역시 다른 사람과 같다고 생각될 것이다. 결국 A는 F를 찾지 않았다. 이따금 F가 일할 시간이 다가오면, 밝고 맑은 날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손에 들고 캠퍼스를 누비고 있는 F의 모습을 상상할 뿐이었다. F는 손님이었던 A에게 오히려 처음이자 마지막인 특별한 손님이었다.









P.S - A는 밤이면 밤마다 꿈을 향해 달리고 있을 F를 떠올리며 그녀에게 절대 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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