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바람의 속삭임에 하루를 내어준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나서 어찌어찌 살다 보니 A는 A다라고 할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된다
이 세계 위에 선과 악은 없고 오직 교집합을 지향하는 일과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알 수 없는 애벌레들의 애벌레들에 의한 애벌레들을 위한다는 탑. 그 속에서 밟고 밟히며 올라가는 일만이 전부이며 결국 판단의 몫은 [ ]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이 내 것은 아닐지니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창조물이 되는 것도 아타카 사막의 모래알이 되는 것도 시월의 달을 그리는 해바라기처럼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니 창문 없는 텅 빈 공간. 불어오는 바람의 속삭임에 오늘도 하루를 내어준다
어느새
귓불에
바람이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