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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 공책 Jul 20. 2018

나의 불행은 당신의 행복이다

바보 중의 바보, 쇠렌 키르케고르를 안주 삼아

  대로 된 직업도 명성도 없이 사라진, 헤겔의 젊은 비판자는 행복했을까. 42살. 아직 한창인 나이의 쇠렌 키르케고르는 노상에서 쓰러져 병원에서 생을 마친다. 그는 평생을 ‘신 앞에 선 단독자’로 살면서 ‘죽음에 이르는 병’을 앓다가, 현재와 영원의 긴장 속에 아슬아슬하게 붙잡고 있던 실존의 끈을 놓치고야 만다.


  바보 같은 사람들. 살아생전에 인정받지 못하다가 죽음의 문턱에 이르러서야 아니 죽고 반세기가 지나야 겨우 인정받는 미친 사람들을 좋아하는 나에게 쇠렌 키르케고르는 바보 중의 바보다. 그는 쇼펜하우어처럼 명성을 바라지도, 프리드리히 니체처럼 생을 껴안으며 누리지도 않고 진리라는 개별의 주체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제물로 바친 사람이었다. 심지어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인 결혼까지도 말이다.


  그는 헤겔의 사상을 비판하며 일어났다. 대중이 아닌 실제 개별적인 주체로 존재하는 ‘나’와, 거리가 먼 (헤겔의 절대정신 같은) 거대담론들은 진리가 아니라고 부정했다. 그에 따르면 진리란 자신의 순간에 자신의 인식 속에서 자신의 의지를 사용해 고민하며 선택하는 과정을 통해서 다가가는 것이었다. 다소 거칠게 말하면 진리의 첫걸음은 남들이 하는 개소리를 다 그대로 입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 만난 노인(소크라테스)의 질문에 고민하며 자신의 무지를 자각하는 스스로를 발견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남이 씹어서 넘겨주는 고기를 먹는 것은 진리가 아니다. 고기는 각자가 씹어야 하고 그 맛은 각자가 느껴야 한다.

  쇠렌 키르케고르. 그 스스로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후세에 기록된 그의 삶은 순교자적인 삶이었다. 실제 자신의 삶과 상관없는 사상의 흐름에 휩쓸려서 죽은 물고기처럼 떠내려가는 사람들을 위해, 불행하기로 선택한 사람이 그였던 것이다. 사랑해서 약혼하고 사랑하기에 파혼했으며, 사랑한 나머지 부인이 된 그녀를 잠시 만나기 위해 그녀의 남편에게 만남을 요청하고 거부당한 사랑꾼. 그 바보가 선택한 순간들은 불행이었다.

  나의 불행이 타자에게 행복이 된다고 했을 때 스스로를 불행하기를 택할 이가 얼마나 될까. 매 순간 미적. 그리고 윤리적 가치를 누리지 못한 쇠렌 키르케고르를 안주 삼아 오늘도 나는 잔은 기울인다. 내 불행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보편적인 생각으로 만들어진 보편적인 길을 걷고 있는 행복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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