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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 공책 Aug 01. 2018

겨울잠을 위하여

나는 돈을 번다

  름이다. 그리고 여름이면 돈을 번다. 하루 세타임 15만 원. 오늘도 빵의 문제 앞에서 길을 나선다. 차를 몰고 일터로 향하며 노래를 흥얼거린다. 그래도 긴장은 풀리지 않는다. 어떤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제 곧 그들을 만난다.

  레시 가드를 입고 선크림을 바른다. 선글라스와 야구모자를 장착하면 바람이 빠져 힘없는 버그(리버버깅의 배)에 생기를 넣어주고 트럭에 차곡차곡 싣는다. 어마어마한 손님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이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한다. 아 나는 리버버깅 가이드다.

  겨울잠을 자기 위하여 빵을 모은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으듯, 비를 먹고 기운이 세어진 강의 급류를 타며 풀냄새 나는 직사각형 종이를 모은다. 한 장 두 장 모일 때마다 보람과 더불어 회의를 맛본다. 내게 인간이라는 손님은 수단인가, 목적 그 자체인가.

  손님들의 차가 폐교 운동장에 도착한다. 차들의 문이 열리고 인간들이 내린다. 이런 아이들이다. 이런 건장한 남성이 없다. 이런 인원이 많다. 이런 이런 이런. 정신과 몸에 새겨진 지난날의 기억들이 입술을 떨리게 한다. 애써 웃는다. 저들이 산 시간과 경험을, 긴긴 겨울 단잠을 위하여......

  아저씨 이거 어떻게 해요. 하하하. 아저씨란다. 30대면 아저씨가 맞기는 하지. 하 이럴 줄 알았으면 몸이나 만들지 말걸. 미각을 포기했던 지난날이 후회되는 순간이다. 지금부터 안전점검 하시겠습니다.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이지만 상관없다. 이제 곧 출발한다.

  날이 덥다. 다음 급류에 도착하기까지 이십여 분. 버그들을 줄도 묶어 연결한다. 손님들을 강물 속으로 안내한다. 보통 손님들은 물에서 잘 노시는데 작은 이분들은 버그 위에 서서 날뛰신다. 뭐 상관없다. 저들이 산 시간과 경험을, 긴긴 겨울 단잠을 위하여......

  급류를 탄다. 고프로를 들고 손님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다. 행복한 모습이다. 유쾌한 모습이다. 나 역시 급류가 선사하는 순수한 즐거움에 몸을 맡기고 싶다. 하지만 손님들의 안전과 추억이 우선이다. 급류로 버그가 1미터가 올라가든지 2미터가 올라가든지 하루 한 번이면 족하다. 다람쥐는 하루 세 번 급류를 탄다. 아 이 모든 것은 긴긴 겨울 단잠을 위하여......

  출발지에서 가면을 쓰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던 손님들이 강물을 타고 도착지에 도착한다. 급류가 벗긴 그들의 가면은 강물 속 깊이 잠긴다. 웃고 또 웃고 웃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 핸드폰 액정을 본다. 급류가 내 가면만 벗기지 않았다.

  손님들이 떠난다. 피서지의 쓰레기처럼 널브러진 장비들을 정리한다. 버그를 옮기고 바람을 뺀다. 레시 가드를벗고 샤워를 한다. 그리고 돈을 받는다. 하 뭔가가 바닥에 떨어진다. 젠장 내 가면이다. 다시 내일 아침이면 가면을 쓰겠지. 빵의 문제 앞에 아저씨의 고민은 우주를 향하고 있었다. 차를 몰고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리버버깅 타러 오세요라고 말하고 싶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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