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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 공책 Aug 13. 2018

요즈음

삶은 달걀을 먹었다

  제도 열심히 일을 했다. 4명, 14명, 13명.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의 만족스러운 표정도 봤다. 집에 돌아와 삶은 달걀을 먹었다. 흰자만 먹고 노른자는 따로 모았다. 요즈음은 운동 중이었다.



손님. 신발은 작은 대야에, 오리손과 오리발은 큰 대야에 넣어 주세요



  덤벨을 든다. 양손에 들려있는 한 쌍의 덤벨은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인다. 이마에서 시작된 땀의 흐름이 눈썹을 타고 눈가를 적신다. 이제 통증이 찾아온다. 이를 악물고 일어나지 않은 내일의 일들을 생각한다. 불안 앞에서 육체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다.


  백 익스텐션을 한다. 몸통이 상하로 움직인다. 척추기립근에 자극이 온다. 둔근과 슬굴곡근에도 평소에 느낄 수 없던 자극을 던진다. 어느새 입은 열리고 신음이 새어 나온다. 미친...... 그 사람의 이름이 떠오른다.


  레그 레이즈를 한다. 거친 숨을 내쉬며 하체의 움직임을 느낀다. 하늘을 보는데 푸른 하늘은 보이지 않고 천장만 노오랗게 보인다. 이 정도면 물리적으로 아파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폐보다, 근섬유보다 외로움이 아프다.


  여전히 운동 중인데 추한 기억이 감정을 삼키려 한다. 서둘러 운동량을 늘린다. 그런데 소용이 없다. 목젖 아래로 터질 듯 터지지 않는 울음이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진상도 이런 진상이 없다.


  오늘도 열심히 일을 했다. 6명, 12명, 8명.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의 만족스러운 표정도 봤다. 집에 돌아와 삶은 달걀을 먹었다. 흰만 먹고 노른자는 따로 모았다. 요즈음은 회피 중이었다.



나도 너처럼 그냥 살다 보면 강인해질까, 아름다운 생이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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