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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 공책 Sep 23. 2018

지켜보다

관찰자의 혼잣말

묶여 있는 너와 지켜보는 나의 차이


  진아파트 7층 복도. 창밖으로 검둥 멍멍이와 한 사람이 보인다. 검둥 멍멍이가 파란 모자를 눌러 쓴 중년의 남성을 이끈다. 끈을 쥐고 있는 자와 끈에 묶인 이의 모습이 둘의 관계를 말해 주는 듯하다.


  밤사이에 비가 내렸다. 차갑게 촉촉이 적은 운동장이 그들의 목적지인듯하다. 아무도 없는 초록의 인조잔디 위로 여섯 개의 다리가 짧고 긴 보폭의 흔적을 남긴다.


  한 바퀴. 당김과 당겨짐의 아슬아슬한 관계가 허물어진다.


  모자를 눌러 쓴 남성이 허리를 숙인다. 이윽고 검고 작은 생명체가 들고뛰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큰 생명체의 주변을 반바퀴를 돌더니 이내 차가운 초록 들판을 가로지르며 냅다 달린다.


  해피야. 해피야. 검은 옷의 남성이 작고 빠른 생명체를 향해 큰소리로 외친다. 공허한 외침이다.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니 변화가 보인다. 운동장 위로 검은 점 하나가 더 빠르게 움직인다.


  인간이 당황한다. 동물에게 충성심을 시험한 그이지 않았나. 동물에게 지고한 것을 기대한 것처럼 동물이 지고하게 받아들이는 혹은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무엇을 생각하지 않을 리 없을 텐데...... 무슨 사고로 목줄을 푼 것인가.


  사고와 망상 사이로 개와 주인이, 멀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개는 뛰고 주인은 부른다. 하지만 아침이다. 그리고 공복이다. 개의 걸음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느려지고 느려지더니 주인에게 따라잡힌다. 기다린 것인가 따라잡힌 것인가 진실을 뒤로 한채 끈에 묶인 개만 보일 뿐이다.


  막스 셀러(1874~1928)는 자신의 저서 '우주에서 인간의 지위를'을 출간하며 통일된 인간상을 찾고 싶었다. 종교적이며 이성적이고 지구의 생명체로서 존재하는 인간이 통일된 하나의 상을 갖는다면 멋진 일이 될 것이다. 그는 인간이 동물보다 우위에 있게 하는 무엇을 정신. 그리고 이것이 스스로를 나타내는 행동의 중심지가 인격이라 했다.


  셀러가 운다. 벌써 1년 전이다. 자유를 찾아 관계의 실타래에 얽히지 않는 곳을 향해 도망갔다. 자유했다.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가고 싶으면 갔다. 마치 골목 고양이처럼 산 것이다. 좋았다. 즐거웠다. 행복했다.


  공복이었다. 기다린 건지 힘이 빠진 건지 빵냄새를 잔뜩 몰고온 자씨 성의 그에게 따라잡혔다. 목줄이 채워졌다. 당김과 당겨짐의 아슬아슬한 관계가 다시 맺어진 순간이었다.


  셀러는 울고, 회상하는 이는 목에 채워진 밥줄 앞에 열심히 꼬리를 흔든다. 우주에게 인간의 지위. 혼잣말 앞에서 풋하고 웃는다. 우주에서 인간의 지위가 특별하다면 가치의 시험대 앞에서 개처럼 한곳만을 보지 않을 터인데...... 그렇다면 '나'는 인간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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