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디 공책 Oct 22. 2018

안달

속을 태우며 조급하게 구는 달

  랑하는 이를 잃은 친구를 만났다. 먼저 말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그가 다시 볼 수 없는 이의 이름을 불렀다. 자신보다 먼저 졸업한 그 녀석이, 정말 속이 편하겠다는 말을 무덤덤이 내뱉던 친구의 손에는 담배 한 개피가 들려있었다.


  결혼식이 있었다. 졸업식이 있었다. 기념식이 있었다. 매번 기쁜 마음으로 간다 했지만 매번 다른 생각 속에 돌아왔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인가 행사란 행사에 나가지 않게 됐다. 행사 없이 만난 친구의 얼굴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요란한 박수 소리 없이 친구의 숨을 타고 고요히 떠다니는 희고 모호한 구름과자가 달콤하게만 느껴졌다.


  사회가 설계하고 가족과 또래집단이 구경하는 내일의 시간이 흘러가는데 사랑 한 번 거하게 하고 권세 한 번 거하게 누린 친구는 조용히 남은 인생을 기다리겠노라 했다. 그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가 보는 이 사람을 곤혹스럽게 했다. 어찌 조바심의 그림자를 떼어냈는가 묻고 아니 협박해 알아내고 싶었지만 처음 만날 때처럼 조용히 인사만 하고 돌아갔다.


낮이든지 밤이든지 상관없이 늘 같은 도로를 '달린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 - 추월선 안팎으로


  집으로 가는 길에 하늘을 보고 해를 찾았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해가 보이지 않았다. 신기하리만큼 이상하지 않았다. 산 위에 별이 보이든지 길 옆에 가로등이 켜지든지 상관없이 늘 같은 하늘이었다.


  하늘에는 달이 떠있었다(그래서 이 일은 낮이나 밤이나 새벽이나 저녁이나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 달은 차갑고 아름다워서, 그 달을 보는 사람을 애태웠다. 오소리가 움직이는 시간이면 그 달을 향해 팔을 뻗던 사람이 물 위에 잠시 앉은 그 달을 향해 뛰어들었다.


  첨벙. 잡을 수 없는 달을 잡지 못해 엉엉 소리 내어 울고 있는 사람이 그 달빛 아래 보였다. 그는 물에 젖은 수컷 사자보다 더 처량하게 몸을 털며 한 걸음. 그리고 두 걸음을 걸었다. 걷고 또 걸어도 닿을 수 없는 안달을 향해서......








매거진의 이전글 무관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