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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 공책 Oct 15. 2018

무관심

지나가는 소리에 눈을 감는다


내가 봤고 그대로 사진을 찍었는데 기억은 멀리 날아갔지.


  벽이다. 드디어 일을 마쳤다. 가슴 한 쪽을 짓누르던 바위가 짠하고 마법처럼 일순간 사라진 기분이다. 앞으로 몇 시간 자지 못하겠지만 밀린 일에서 해방된 이 시간을 만끽하기로 한다.


  그냥. 잠들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감정이 지속됐다. 일에 대한 작업 창들은 닫혔다. 해변에서 뛰고 있는, 강한 여성의 실루엣이 담긴 모니터 속 배경화면 앞에서 엉뚱한 짓을 생각했다. 뭐 재미난 일이 없을까.


  마우스 커서를 움직인다. 크롬이 앞에 그대로 멈춘다. 따닥 하고 빠른 클릭 소리에 화들짝 놀란 크롬. 그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얼굴을 가릴 넓은 보자기를 화면 가득히 펼쳐 들었다.


  포털사이트에 접속한다. 계획에 없던 정보들이 유혹한다. 와서 이야기만 나누자고 들어와 보라며 손짓한다. 젠장. 벌써 4시다. 어서 이곳을 떠나야 하는데 멀찌감치 눈에 밟히는 구슬픈 소리가 피로한 심신을 흔든다.


  아. 기어코 싸구려 댓글들로 치장한 그를 보고 말았다. 사람이 죽었다. 동생 또래의 아이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 과할 정도로 부를 착취했다. 이 사람은 잘 살았다. 다 그 나물의 그 밥인, 똑같은 상차림인데 회색빛 가슴 모서리에, 타다만 성냥 머리가 부딪혔다.


  사람을 알고 싶었다. 작은 일에 웃어넘길 어른을 알고 싶던 것이 아니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듣고 그대로 반사시키는, 그래서 서로 받을 줄 모르고 반사만 시키는 거울 같은 패턴이 싫었다. 그뿐이었다.


  누가 그리 생각했던가. 그래. 싫었던 거다. 사회인은, 대수롭지 않게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밟고 지나간다. 눅눅한 빨간 재가 신발창에 묻어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툭툭 묻어둔다. 어느새 모니터 전원을 끄면서.



초점을 흐려도 너만은 기어이 아름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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