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숙소에는 진실의 거울이 있었습니다. 그 거울 속의 저는 유난히 짧고 어둡고 주름져 보였습니다. 저는 거울의 가장자리에 서서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엄마가 보는 나는 이 거울 속의 나와 동일한지를요. 고슴도치 엄마는 거울이 좀 이상하다고 했지만 말을 좀 아끼는 것 같았습니다. 진실과의 껄끄러웠던 첫 만남 이후로 저는 그것과 데면데면했습니다.
처음 에펠탑을 본 파리 시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합니다. 탄원서를 제출할 정도였다고 하니 탑을 향한 혐오가 얼마나 단호하고 격했는지 짐작 가능 하지요. 그 기저에는 산업화에 대한 저항감도 있었겠지만 에펠탑이 그동안의 전형적인 아름다움에서 벗어난 탓이었을 겁니다. 미의 기준이 바뀌고 익숙한 것과 낯선 것 모두가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사실 저는 수많은 이미지로 지겹게 접한 에펠탑이 그리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처음 본 에펠탑은 놀랍게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대부분 벽돌과 석재로 된 평평한 도시에 뾰족하게 솟아 있는 차갑고 앙상한 철제 구조물은 도시에 묘한 인상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기묘한 존재감의 이질적인 탑이 비로소 파리를 유럽의 여느 예쁜 도시와 구분 지어 주었습니다.
미의 기준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기준이 바뀌기에 절대적이지도 않지만, 청개구리 심보의 저는 보편적인 기준도 크게 믿지 않았습니다.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눈 속에 있고 철저히 취향의 영역이라 생각했죠. 그럼에도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제 눈에 더 열심히 담아주지 않았습니다. 물론 제가 제 취향은 아니었을지라도 이런 다양한 모습이 세상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다는 것을요.
파리를 떠날 쯤엔 진실의 거울 속 그녀와 조금 더 친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