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마트

by 인디

저는 어른이 되면 당연히 커피로 움직이는 몸을 갖게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커피로 잠을 깨고 커피로 에너지를 충전하는, 커피를 마시며 교류하는 그런 멋진 으른 말이죠. 그러나 저는 커피를 마시면 가슴이 뛰었고 결국 카페 카운터에서 뭘 마실까 눈을 굴리는 애매한 으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매일 일정량의 커피가 필요하 듯 매일의 저에게도 꼭 필요한 것이 있었습니다.


사람들 속에선 감정의 소용돌이가 그칠 날이 없습니다. 뱃사람이 육지에서 땅멀미를 느끼듯 오르내림에 익숙해지면 되려 잔잔함에 멀미를 느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저는 자극적인 재미는 없지만 아무 노력도 필요 없는 고요한 세상이 좋았습니다. 어떤 말을 할 필요도 없고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 무해하고 평온한 시간, 그 철저히 이기적인 시간이 저에겐 매일 조금은 필요했습니다. 여행 중 엄마와 24시간 함께였던 저는 일정량의 고독이 필요해졌고 자연스럽게 마트에 장을 보러 혼자 가곤 했습니다. 이 향긋 쌉쌀한 하루의 한 시간은 저에게 꼭 필요한 커피였지요.


사람 사이에 피어나는 다양한 감정과 상호작용은 마냥 아름답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결코 피해야 할 무엇이 있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의연하게 헤쳐나가고 때론 눈 감고 뛰어들어야 하는 것들이었죠. 타인과 신뢰, 유대와 공감이 때론 저를 구원하듯이 어쩌면 질투, 경쟁, 반목, 오해와 같은 매콤함은 인생의 맛을 돋우는 조미료일 겁니다.


다만 카페인이 이 흥분의 세계로 기꺼이 나아가게 할 각성제이듯, 저에게는 마음을 고를 잠깐의 타임아웃이 필요할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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