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_시안
불로불사를 꿈꿨던 것으로 유명한 진시황은 죽음에 대비해 엄청난 사후 제국을 구축했어. 그 제국을 호위하고 지키기 위해 진흙으로 만든 병사와 말, 전차, 무기가 갖춰진 자신의 군대를 배치해 두었지. 그런 병마용의 규모와 정교함만으로도 나는 인간의 욕망과 집념에 놀라기 바빴는데, 아직 아무도 들어가지 못한 진시황릉에는 궁궐뿐 아니라 하늘과 산천까지 갖춘 작은 세계가 구현되어 있을 거라고 해. 끝내 죽음을 막을 수 없다면 죽어서도 천하를 자신의 질서 안에 두고 통치하겠다는 의지로 만든 불멸의 제국이 그곳에 잠들어 있겠지.
돌이켜 생각하면 진시황이 가진 죽음에 대한 극도의 공포는 그가 생에 얼마나 만족했는가를 반추하게 해. 자신이 이룬 중국의 통일이라는 업적, 자신의 절대 권력 하에 정리된 세상의 질서, 자신이 만든 그 완전한 세계에서 영원히 살고 싶었을 그의 마음이 (나는 한 번도 그런 대단한 사람이었던 적 없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랄까. 애써 잘 짜 맞춰놓은 이 세상이 자신의 죽음으로 다시 흐트러질까 걱정도 되고 이런 위대한 자신에게도 죽음이 평등하게 찾아온다는 사실이 얼마나 억울하고 원통 했겠어.
과연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았다면 행복했을까? 드라마 [굿플레이스]의 주인공은 우여곡절 끝에 다다른 천국이 자신의 상상과 다른 것을 보고 놀라. 천국의 주민들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완벽한 삶에 둔감해지고 무료한 상태였거든. 결국 원할 때 스스로 존재를 마무리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자 비로소 다시 천국이 의미를 찾게 돼. 행복도 끝이 있어야 온전해지듯 죽음이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거겠지. 진시황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거라 믿어. 어쩌면 이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도 후대의 말과 생각 속에서, 수많은 문헌과 예술 속에서 여전히 진시황의 서사와 기억이 지속되고 있으니 그가 불사는 실패했지만 불멸은 이룬 게 아닐까 싶어.
모기장을 치고 자는 재미에 빠져있던 지난 여름밤, 잠이 오지 않는다면서 너희가 내 손을 잡고 말했어.
- 우리 가족은 모두 같은 날 죽었으면 좋겠어. 그럼 아무도 눈물이 안 나잖아.
- 그러게. 안녕, 재밌었어. 다 같이 인사하고 걱정 없이 죽겠다.
- 나이가 다르니까 안 될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럴 것 같아. 우리는 쌍둥이니까.
- 응, 그럴 것 같아.
뭉클한 마음에 너희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죽어본 적 없는 내가 죽음에 대해 이해하는 것을, 아니, 적어도 이해한다고 착각하는 것을 알려주는 것도 어른의 몫이려나 생각했었어. 미래의 너희가 죽음의 어둠에 절망만 하지 않고 누구와라도 잘 이별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거든.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도 된다고 너희를 토닥이기만 했어. 사실 주제넘게 나서기엔 나도 아직 헤매고 있을 뿐이라서 말이야. 아마 우리 모두 슬픔의 망각과 회복을 오가며 끝내 헤매기만 할 테지만 언젠가 진시황릉이 열리면 죽음과 정면승부를 한 사람의 세계를 함께 볼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