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키터리지, 만만치 않은 인생

책과 드라마를 한 챕터씩 같이

by 상하의 시선


누구도 인생이 달콤하기만 하지 않다.

평범한 인생에도 힘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진창의 날들에도 웃을 일이 있고, 좋은 날에도 씁쓸한 순간이 도사린다.

착하기만 한 사람도, 나쁘기만 한 사람도 없다.


작은 바닷가 마을, 학교 수학 선생인 올리브는 온순하고 다정한 여자는 아니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좀 있고, 완고하고, 직설적이고, 때론 비아냥 거리거나 쏘아붙인다.

먼저 사과하는 법도 없다.

남편과 아들은 그녀를 어려워하고 그녀에게 맞추거나 포기하며 살았다.

그렇다고 올리브가 나쁜 여자는 아니다.

남한테 피해 주지 않고, 바른 소리도 잘하고, 원칙을 지키며 자기 할 일은 한다.

그리고 던킨 도너츠를 사먹는다.


책은 올리브와 남편 헨리의 중년에서 노년까지

아들 크리스토퍼, 그리고 이웃들, 직장 사람들을 돌아가며 조명한다.

평범한 사람들 각자의 사정이 저마다 애처롭고 아름답다.

그리고 적소에 포진한 통찰력 있는 문장들이 절망을 다독인다.


"올리브는 세상 모든 이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걸 얻기 위해 얼마나 분투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필요한 그것은 점점 더 무서워지는 삶의 바다에서 나는 안전하다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사랑이 그 일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올리브 키터리지는 4부작 드라마(올리브 키터리지, HBO, 2014)로도 나와있는데

책을 한 챕터 읽고 그에 해당하는 드라마를 보고,

다시 책을 읽고 그에 해당하는 드라마를 보니 더 재미가 있었다.

책을 읽을 때는 드라마 속 배경이 떠오르고, 드라마를 볼 때는 책의 내용이 더 잘 이해됐다.

배경이 되는 마을, 등장인물들의 대사며 연기..

책이 먼저인지, 드라마를 보고 글을 썼는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그 둘은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지며 서로를 돕는다.


책의 뒷부분에 가면 70이 넘은 올리브는

외아들과도 불화하고 다정했던 남편도 먼저 세상을 떠난다.

적막하고 외로운 날들이지만

"그러나 올리브는 아직 세상을 등지고 싶지 않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내 얘길 들어주는 사람과의 대화, 체온을 느끼는 일.

곁에 있는 사랑을 경솔하게 내던져선 안된다고, 늙은 올리브 키터리지는 생각한다.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이 책을 내고 10년 후 <다시, 올리브>라는 후속작을 냈다고 하는데

<올리브 키터리지>를 읽고, 드라마도 본 이상 후속작을 읽지 않을 수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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